고사 성어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는다는 고사성어 노생상담(老生常談)

박남량 narciso 2015. 8. 17. 14:16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는다는 고사성어 노생상담(老生常談)



삼국시대 조조(曹操)가 통치하던 위(魏)나라에 관로(管輅)라는 당대 제일의 역술가가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천문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 때도 땅에 일월성신(日月星辰)을 그려놓고 해설하는 일에 흥미를 가졌다.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의 점(占)을 봐주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어느 날 이부상서(吏部尙書)로 있던 하안(何晏)이 관로(管輅)에게 점괘(占卦)를 부탁하러 왔다. 이미 다른 부서의 상서(尙書)인 등양(鄧颺)이란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하안(何晏)이 물었다.

『不知位至三公不(부지위지삼공부)  내가 언제쯤 삼공(三公)의 자리에 오를 것인지 알 수 없을까요. 요즘 푸른색 파리 열 마리가 내 코에 붙어서 아무리 쫓으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꿈을 꾸었는데 이것이 어떤 꿈인지 해몽(解夢)을 해주시오.』

관로가 솔직히 말씀드리겠다면서 대답하였다.

『옛날 주(周)나라 성왕(成王)을 보좌하던 주공(周公)은 직무에 충실하여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성왕(成王)은 나라를 일으킬 수 있었으며 각국의 제후들도 그를 추앙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늘의 도리를 따르고 지켰기 때문이지 점을 잘 치거나 액막이를 해서 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상서(尙書)님의 권세는 높은 지위에 있지만 덕행(德行)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세를 부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상서(尙書)님을 보면 코는 하늘 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푸른색 파리가 얼굴에 달라붙는 것은 위험한 징조입니다. 앞으로 상서(尙書)님이 문왕(文王)을 본받고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능히 삼공(三公)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꿈속의 청파리도 쫓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곁에서 관로(管輅)의 말을 듣고 있던 등양(鄧颺)이 한 마디 거들었다.

『此老生之常談(차노생지상담)  그런 말은 이 늙은 서생이 늘 하는 얘기지요. 나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진력이 났소.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점괘란 말이오?』

그러자 관로(管輅)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夫老生者見不生 常談者見不談(보노생자견불생 상담자경부담)  대저 나이 든 어른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도 보이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말하지 않는 것도 보입니다.』

이렇게 관로(管輅)의 충고를 외면하고 비아냥거리기만 하던 두 사람은 승진은커녕 끝내 처형을 당하는 비운을 당하였다.



세신실어(世說新語) 규잠(規箴)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노생상담(老生常談)이다.

노생상담(老生常談)이란 늙은 서생이 항상 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새롭고 특이한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들어서 알고 있는 상투적인 말을 늘어놓음을 비꼬아 하는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 든 어른들의 이야기를 너무 상투적인 말이라 하여 소홀히 여기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연륜 있는 분들의 말은 평범한 가운데에도 연륜이 묻은 가르침이 있습니다. 평소 자주 듣는 말이라도 외면하지 말고 충고를 귀담아 듣는 것도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