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쥐를 잡으려다 그릇을 깨뜨린다는 고사성어 투서기기(投鼠忌器)

박남량 narciso 2015. 8. 14. 11:01


쥐를 잡으려다 그릇을 깨뜨린다는 고사성어 투서기기(投鼠忌器)



서한(西漢) 경제(景帝) 때의 정치가 가의(賈誼)는 황제의 측근에 위세를 부리는 한 무리의 신하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황제에게 죄를 범하는 일이 될까 두려워하며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에 가의(賈誼)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어느 날 가의(賈誼)는 경제(景帝)를 알현한 후 일부러 경제(景帝)에게 이렇게 말했다.

『폐하, 폐하께서는 세간에서 말하는 「俚諺曰, 欲投鼠而忌器  쥐를 때려잡고 싶지만 그릇을 깰까보아 겁낸다.」 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가의(賈誼)는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쥐 한 마리가 조용한 밤중에 구멍에서 나와 무엇을 먹고 있다가 주인에게 발견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쥐는 쌀 항아리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주인은 그 쥐를 때려잡고 싶었지만, 항아리를 깨뜨리게 될까 무서워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경제(景帝)는 이야기를 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쥐를 때려잡으면서 항아리를 깨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일 것이오.』

가의(賈誼)는 말을 계속하였다.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 폐하의 주위에는 많은 신하들이 있는데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만, 아무도 감히 그들을 비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항상 황제의 곁에 있으므로 폐하께 아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제(景帝)는 이 말에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삼국지(三國志)에서도 유비(劉備)가 투서기기(投鼠忌器)란 말을 쓴다.

조조(曹操)와 유비(劉備)가 여포(呂布)를 죽이고 허도로 개선하여 유비(劉備)는 헌제(獻帝)를 배알하고 좌장군 의성정후 (左將軍宜城亭侯)에 봉해진다. 유비(劉備)는 항렬상 헌제(獻帝)의 숙부(叔父)의 항렬이라 이때부터 유비(劉備)는 유황숙(劉皇叔)이라 불리워졌다.

조조(曹操)는 헌제(獻帝)에게 사냥하기를 요청해 헌제(獻帝)와 함께 사냥을 나간다. 헌제(獻帝)가 조조(曹操)에게 자신의 화살을 주면서 한 번 쏴보라고 하니 조조(曹操)가 활을 쏴 사슴을 잡았다. 군사들이 사슴을 가지러 가서 보니 황제의 화살이 꽃혀있어서 황제가 쏜 줄 알고 환호를 울렸는데 이때 조조(曹操)가 황제의 앞을 가로 막고 자신이 환호에 응답하였다.

멀리서 이를 보고있던 관우(關羽)가 대노하여 『저런 죽일놈 황제 앞에서 저런 무례한 짓을 하다니.』하면서 활을 쏘아 죽이려고 하였는데, 그때 유비(劉備)가 관우(關羽)를 말렸다.

사냥에서 돌아와 관우(關羽)가 유비(劉備)에게 물었다.

『황숙 어찌하여 아까 저를 말렸습니까?』

『投鼠忌器  쥐를 잡고 싶어도 그릇을 깰까 걱정한다네. 만약 아우가 한 때의 의분을 이기지 못하고 활을 쏴 조조(曹操)를 못 맞추고 천자라도 맞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조조(曹操)와 천자 사이는 겨우 말머리 하나 정도의 거리밖에 안되었는데.』


한서(漢書)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투서기기(投鼠忌器)이다.

투서기기(投鼠忌器)란 쥐를 잡으려다 그릇을 깨뜨린다는 뜻으로 밉긴 하지만 큰 일을 그르칠까 염려되어 그렇게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