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사타구니 아래로 기어간 치욕이라는 고사성어 과하지욕(跨下之辱)

박남량 narciso 2016. 5. 5. 11:34


사타구니 아래로 기어간 치욕이라는 고사성어 과하지욕(跨下之辱)



한신(韓信)은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 패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시절 유방을 도와 한(漢)나라의 패업을 이루도록 한 명장이다. 그러나 천하의 명장 한신(韓信)에게도 젊은 시절 치욕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漢)나라를 건설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한초삼걸(漢初三杰)의 한 사람인 한신(韓信)은 수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훗날을 도모한 사건이다.

중국 강소성 출신인 한신(韓信)은 젊었을 때 밥을 빌어먹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머니가 죽었지만 장례식도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그렇다고 뛰어난 재주나 언변도 없어 그저 남의 집에 얹혀 얻어먹곤 했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싫어했다.

그의 고향인 회음(淮陰)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렵게 지내고 있었으므로 다들 그를 보면 업신여기거나 놀려대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큰 뜻을 품고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동네 불량배들을 만나 곤욕을 치른다. 한 불량배가 담력이 있다면 칼로 자신을 찌르든가 아니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는 억지를 부린다. 혈기가 왕성한 청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지만 한신(韓信)은 정면으로 충동하는 대신 머리를 숙여 그들의 가랑이 밑을 빠져나갔다.

그 후 이때의 일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던 이가 바로 소하(蕭下)이다. 그를 유방(劉邦)에게 적극 추천했을 뿐만 아니라 대장군에 임명토록 함으로서 한신(韓信)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다. 한(漢)나라의 개국공신이 되어 고향을 찾았는데 옛날 그에게 모욕을 주었던 건달을 불러와 "그때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너를 죽이면 내가 살인자가 되어 도망다닐 수밖에 없어 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므로 참았다."라고 하며 그에게 치안을 담당하는 중위(中尉)라는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한신이 어릴 때 수모를 당하고도 꿋꿋이 참아내며 큰일을 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과하지욕(跨下之辱)이다.

과하지욕(跨下之辱)이란 사타구니 아래로 기어간 치욕이라는 뜻으로 이보다 더 큰 치욕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사소한 일로 옥신각신 실랑이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꽃사진: 고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