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사랑은 뽐내지 않으며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8. 3. 14. 13:16


사랑은 뽐내지 않으며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로마군이 이탈리아 중부에서 벌어진 칸나이 평원의 전투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붕괴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당시 카르타고는 히스파니아에 교두보를 세우고 로마와 지배권을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부족들은 힘의 향배에 따라 유리한 쪽에 줄을 서는 상황이었습니다.

카르타고는 대부분의 보병이 히스파니아인으로 구성되었을 정도로 부족들과 관계가 밀접했습니다. 로마는 카르타고를 견제하기 위해 원정군을 보냈지만 사령관이 모두 전사하고 맙니다. 그러나 아무도 후임 사령관을 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출정을 자청한 사람이 스물네 살의 청년 스키피오였습니다.

스키피오는 젊은 나이에도 대단히 신중하고 자제심이 뛰어났습니다. 병사들이 아름다운 처녀를 발견하고 바치자, 사적인 지위에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지만 사령관의 신분으로서는 이보다 달갑지 않을 것이 없다고 하며 사양합니다.

그렇지만 병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마음을 헤아려 줍니다. 처녀의 아버지가 감사의 선물을 바치자 그마저 지참금에 보태라며 돌려줍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켈트의 한 젊은 족장이 군사들을 이끌고 로마군에 합류합니다. 그는 처녀의 약혼자였습니다.

그 뒤 스키피오의 인품에 매료된 히스파니아의 부족들이 하나둘씩 로마의 편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스키피오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사령관으로서 위엄을 지키고, 많은 부족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영웅전으로 유명한 고대 로마의 역사가 플루타르코스(Plutarchos)의 <모랄리아(Moralia>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세상의 큰 이익은 사심 없는 사람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이야기입니다. 주류가 아닌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성경에서도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1고린 12,7)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이익을 도모해야 합니다. (1코린 10,24)  하찮은 삶에 집착하여 가장 불행한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단번에 가장 천박하고 바보스런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꽃사진: 동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