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사랑만이 살아 있는 존재를 결합시켜 그 존재들을 완성하고 충족시킵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2. 16. 14:11


사랑만이 살아 있는 존재를 결합시켜 그 존재들을 완성하고 충족시킵니다



요한 보스코(John Bosco 1815-1888)는 이탈리아 성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성인입니다. 그는 토리노에 대규모 고아원과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학교를 세웠습니다. 언젠가 그는 알바라는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 무렵에 토리노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그만 막차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는 소낙비를 맞으며 역에서 가장 가까운 사제관을 찾아갔습니다. 신부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누구십니까?"
"저는 토리노에서 온 신부입니다. 방금 막차를 놓쳐버렸습니다."
"그곳에서 신부님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작은 시골 본당 신부입니다."
"그렇군요. 저녁식사는 하였습니까?"
"먹을 것을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금은 남은 것이 없군요. 빵과 치즈뿐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늘 밤 여기서 묵을 생각이십니까?"
"저... 보시다시피... 소낙비가... 믹차를 놓쳐버렸거든요."
"그런데 남는 침대가 없군요."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의자 두 개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시다면 어서 들어오십시오. 대접할 것이 없어 정말 미안합니다."

복사가 빵과 치즈를 준비하러 간 동안, 신부는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토라노에서 오셨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요한 보스코 신부를 아십니까?"
"네, 조금 압니다."
"저는 그 신부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가 들어주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지요."
"어린아이 하나를 그의 고아원에 받아줄 수 있는지 편지를 통해 부탁해볼 작정이었습니다."
"분명히 받아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입니까? 당신은 그 신부를 잘 아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죠."
"그렇다면 저 대신 일을 좀 성사시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해드리고말고요."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누구지요?"
"제가 요한 보스코입니다."
"요한 보스코? 당신이 요한 보스코로군요! 저런, 처음부터 말씀을 하시지 않구!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상상도 못 했군요! 그 치즈는 그냥 그대로 두십시오. 점심 때 남은 음식이 있다는 것을 깜빡 잊었군요."

당황한 신부는 복사를 불러 깨끗한 식탁보를 새로 깔게하더니 생선과 수프, 햄 계란말이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또 자신이 직접 찬장에서 튀긴 닭고기와 고급 포도주까지 꺼내 왔습니다. 그는 대접을 더 잘 할 수 없어서 안달을 했습니다. 요한 보스코 신부는 속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신부는 보스코 신부를 2층 침실로 안내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신부는 보스코 신부를 역까지 바래다주며 계속 사과의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작별인사를 하면서 보스코 신부는 신부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보세요. 신부님, 지난밤 일에 대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갑시다. 가진 것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 조금 가졌을 때는 조금 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진 것이 많을 때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내놓아야지 이기적인 이유에서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손을 잡으면 기쁨이 되고 손을 잡으면 사랑이 됩니다. 서로 손을 잡으면 아름다운 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사랑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 이끌리는 것입니다.  관계를 맺고 통일시키는 힘을 지닌 사랑은 자기 만족을 위해 어떤 대상을 찾는 이기적 사랑일 수도 있고  통교를 통해 자기의 관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사욕 없는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일도 사랑으로 했을 때는 위대한 것이지만 아주 큰 일도 사랑 없이 했을 때는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실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꽃사진: 란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