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사람을 꾀어서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한다는 고사성어 등루거제(登樓去梯)

박남량 narciso 2015. 1. 9. 09:54


사람을 꾀어서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한다는 고사성어 
등루거제(登樓去梯)






중국의 신화 속 군주로서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순(舜)임금이 역시 추앙을 받는 선대의 요(堯)임금에게 발탁되기도 군주에 오르기도 전의 이야기이다.

순(舜)임금은 제왕의 후손이나 여러 대를 거치면서 지위가 낮은 서민이 되어 가난하게 살았다. 아버지인 고수는 순(舜)의 어머니가 사망한 후 후처를 들여 배다른 형제 아우 상(象)을 낳았다. 아버지와 배다른 형제인 상(象)은 공모하여 맏아들 순(舜)을 죽이고자 하였으며 순(舜)은 부모가 죄를  짓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잘 피하면서 효도를 하였다.

어느 날 아버지는 순(舜)에게 지붕을 고치라고 명한다. 효자인 순(舜)은 순순히 사다리를 차고 지붕으로 올라가는데, 아비와 배다른 형제인 아우 상(象)은 틈을 타 사다리를 치우고 불을 지른다. 지혜로운 순(舜)은 헤안이 있어 올라갈 때 미리 삿갓 두 개를 준비하여 옆구리에 차고 올라갔다. 순(舜)은 삿갓을 낙하산처럼 이용해 아래로 피할 수 있었다.

순(舜)임금은 효자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요(堯)임금이 순(舜)을 후계자로 삼고자 하고 시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임무를 맡기고 두 딸을 시집보냈다. 순(舜)이 여러 임무를 잘 수행하고 두 딸과의 가정생활도 원만하자 요(堯)임금이 순(舜)을 등용하여 천하의 일을 맡겼다고 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와 송남잡지(松南雜識) 방언류(方言類)에도 비슷한 고사성어가 전해진다. 동진(東晉)의 간문제(簡文帝 503-551) 때의 일이다'

촉(蜀)을 평정하고 돌아온 환온(桓溫 312-373)이 군사적 성공을 거듭해 동진(東晉)을 좌지우지하며 황제의 자리까지 넘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간문제(簡文帝)는 은호(殷浩)라고 불리는 은사를 발탁하여 건무장군(建武將軍) 양주자사(楊州刺使)로 임명한다. 은호(殷浩)는 환온(桓溫)의 어릴 때 친구로 학식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였다.

은호(殷浩)가 벼슬길에 나아가자 환온(桓溫)과는 정적이 되어 반목(反目)하는 사이가 된다. 이 무렵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 세력 중에서 후조(後趙)의 석계룡(石季龍)이 죽고 호족(胡族) 사이에는 내분이 발생하여 진(晉)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 중원 땅을 회복하기 위해 은호(殷浩)를 중원장군에 임명한다.

은호(殷浩)가 출병하였으나 도중에 낙마하는 불운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참패하고 말았다. 환온(桓溫)은 기다렸다는 듯이 은호(殷浩)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려 그를 변방으로 귀양 보내고 말았다.그리고 환온(桓溫)은 『은호(殷浩)는 어릴 때 함께 놀던 竹馬故友였지만 내가 죽마를 버리면 늘 가져가곤 했지. 그러니 내 밑에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라고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은호(殷浩)는 귀양지에서 간문제(簡文帝)를 원망하며 말하기를,
上人箸百尺樓上  擔梯將去
사람을 백 척 다락에 오르게 하고는 사다리를 치워 버렸구나』라고 말하였다. 환온(桓溫)은 끝까지 은호(殷浩)를 용서해 주지 않아 은호(殷浩)는 결국 변방의 귀양지에서 생애를 마쳤다고 한다.


손무(孫武) 구지편(九地篇)에 실린 如登樓而去梯階가 어원인 고사성어가 등루거제(登樓去梯)이다.
 
등루거제(登樓去梯)란 누상에 오르게 하고 오르고 나면 사다리를 치운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남을 기쁘게 해 놓고 뒤에 괴롭게 한다는 말이다. 사람을 꾀어서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을 시켜놓고는 거꾸로 일을 못하게 방해한다는 뜻으로도 이용된다. 나무에 올라가게 해 놓고는 흔들어 버린다(勸上搖木)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사진: 울산광역시 언양 작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