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듯 도로 감춘다는 고사성어 욕로환장(欲露還藏)
송(宋)나라 때 문학가이자 정치가로 사대부의 모범적 인물로 꼽히는 범중엄(范仲淹)이 쓴 <江上漁者(강가의 어부)>라는 작품이다.
江上往來人(강상왕래인) 但愛鱸魚美(단애농어미)
君看一葉舟(군간일엽주) 出沒風波裏(출몰풍파이)
강가를 왕래하는 저 사람들은 농어맛 좋은 것만 사랑하누나
그대여 일엽편주 가만히 보게 정작은 풍파 속을 출몰한다네.
현실에 역경이 있듯 강호에는 풍파가 있다. 강가엔 농어회의 향기로운 맛과 푸근한 인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는 거기대로 찬 현실이 기다린다. 녹록지가 않다. 힘들고 어려워도 정면돌파해야지, 자꾸 딴 데를 기웃거려선 못쓴다. 범중엄(范仲淹)이 시(詩)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구미에 당기는 농어만 알지 말고 그 농어를 잡은 어부들의 고생도 생각해 달라는 것일 것이다.
이 시(詩)에 대해 육시옹(陸時雍)은 이렇게 평했다.
"정을 잘 말하는 자는 삼키고 토해냄을 잘 조절해 欲露還藏(욕로환장) 드러낼 듯 외려 감춘다." 보여줄 듯, 도로 감춘다는 표현에 묘미가 있다. 원래 범중엄(范仲淹)은 입만 열면 귀거래(歸去來)를 되뇌며 현실을 나무라고 탓하는 자들에게 할 말이 아주 많았던 듯하다. 제 한 몸 깨끗이 한다며 현실을 모두 등진다면 세상은 어찌 되겠는가? 하지만 시인은 그 끝만 슬쩍 드러내 보여주었을 뿐 내놓고 비난하진 않았다.
범중엄(范仲淹)이 쓴 江上漁者(강가의 어부) 대해 육시옹(陸時雍)의 시평(詩評)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욕로환장(欲露還藏)이다.
욕로환장(欲露還藏)이란 보여줄 듯 도로 감춘다는 뜻으로, 보여줄 듯 감출 때 깊은 정이 드러난다는 표현으로 쓰인다.
<꽃사진: 흰꽃나도사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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