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벗이란 덕을 나누는 것이니 내세우는 것이 있으면 안 됩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9. 29. 11:22


벗이란 덕을 나누는 것이니 내세우는 것이 있으면 안 됩니다



조선조 선조(宣祖) 때 영의정(領議政) 노수신(盧守愼 1515-1590)과 사관원(司諫院) 정언(正言)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은 평소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하루는 경연(經筵)에서 함께 임금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김성일(金誠一)이 임금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습니다.

"영의정 노수신이 모피옷 선물을 받았으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이를 들은 노수신(盧守愼)이 임금께 고하였습니다.

"추위를 못 참는 노모에게 북방 변장(邊將)으로 있는 친척이 보낸 것으로 김성일의 말이 옳습니다. 소신을 벌하소서."

그러자 선조(宣祖)는 "대신(大臣)과 대간(大諫)이 함께 체면을 얻었으니 내 매우 가상히 여기오." 하고 두 사람을 모두 칭찬하였습니다.


월사(月沙) 이정귀(李廷龜), 상촌(象村) 신흠(申欽), 계곡(谿谷) 장유(張維)와 함께 조선 중기의 한문 사대가(漢文四大家=月象谿澤) 가운데 한 사람인 택당(澤堂) 이식(李植 1584-1647)의 문집(文集)인 택당집(澤堂集)에 실린 글입니다. 이식(李植)은 이 이야기 끝에 이렇게 찬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른말 하는 이와 사과하는 이가 있으니 어찌 나라의 복이 아니겠는가!"

무릇 허물 없는 사람은 없겠으나 제 허물을 스스로 알아 고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선현들은 이를 일깨워주는 바른말을 진정한 우정으로 삼았으며, 또 그 충고를 받아들여 사과하는 자세를 더 없는 미덕(美德)으로 여겼습니다. 맹자(孟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友也者(우야자) 友其德也(우기덕야) 不可以有挾也(불가이유협야)  벗이란 덕을 나누는 것이니 가히 내세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진: 부산 일광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