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내리는 비로 목욕을 한다는 고사성어 즐풍목우(櫛風沐雨)

박남량 narciso 2014. 8. 27. 12:09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내리는 비로 목욕을 한다는 고사성어 즐풍목우(櫛風沐雨)





먼 옛날 우(禹)임금이 홍수를 막고 양자강과 황하의 흐름을 터서 사방의 땅과 온 나라에 흐르게 하여 큰 강 삼백 개와 작은 강 삼천 개를 만들었으며 작은 물줄기는 셀 수 없다. 우(禹)임금은 몸소 삼태기와 삽을 들고 천하의 작은 강들을 모아 큰 강으로 흘러 들게 하였다.

腓無胈脛無毛
沐甚雨櫛疾風
置萬國

장딴지에 살이 안보이고 정강이 털이 몽땅 빠져 버렸으며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을 하면서 나라의 자리를 정하였다.

우(禹)임금은 성인으로서 천하를 위하여 몸을 힘들게 한 것이 이러하였다. 그리고 후세의 묵가(墨家)들에게 털가죽옷과 칡베옷을 입고 나막신이나 짚신을 신고서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자신을 고생시키는 것을 법도로 삼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禹)임금의 도(道)가 아니니 묵가(墨家)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묵자(墨子)가 자신의 도(道)에 대하여 한 말로 장자(莊子) 천하편(天下編)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후세에 묵자(墨子)를 추종하는 무리는 이 말을 깊이 새겨 남을 위해 육신을 아끼지 않았으며 밤낮 쉬지 않고 일하면서 극한의 고통 속으로 자신들을 내몰았다고 한다. 삼국지에도 즐풍목우(櫛風沐雨) 이야기가 있다.

조조(曹操)의 위세가 한창 성할 때의 일이다.

櫛風沐雨  三十餘年

동소가 조조는 30여년간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하며 흉악한 무리들을 소탕하고 백성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자들을 제거하여 한(漢) 왕실을 안정하게 하였다면서 위공(魏公)에 봉하고 구석(九錫=국가에 아주 큰 공적을 쌓은 원로대신의 공덕을 표창하기 위해 내리는 아홉 가지 물건)을 하사하여 그 공덕을 표창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조조에게 구석을 내려야 한다는 동소의 건의에 대하여 조조의 문신인 순욱이 반대하였다. 이에 조조는 순욱에게 화를 냈고 뒷날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그릇을 순욱에게 보낸다. 순욱은 조조의 뜻을 간파하고 약을 마시고 자결한다.

묵자(墨子)와 조조의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즐풍목우(櫛風沐雨)이다.

즐풍목우(櫛風沐雨)란 일신의 안위를 잊고 천하를 위해 온몸을 바쳐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내리는 비로 목욕을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야 즐풍목우(櫛風沐雨)의 각오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정치인 개인만이 모를 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내려놓기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무엇을 내려놓았는가? 정치인들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있을 수 있을까?

어느 정치인이 이것 아니면 다른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누구는 국민이고 누구는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새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작년에는 재를 뿌리고, 올 상반기에는 뿌린 재 위에 물을 뿌리고, 이제는 그 재를 밟기 시작했다.
국민적 이해와 기대는 머지 않아 실망과 무관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는가?

이솝 우화에 흰족제비 이야기가 있다.
흰족제비 한 마리가 대장간의 작업장 안으로 숨어 들어가서 그곳에서 발견한 줄칼을 핥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줄칼을 핥아댔으니 어떤 일이 생겼을까?
물론 혓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하지만 흰족제비는 그 쇳조각에서 무엇인가를 핥아냈다고 상상하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그 흰족제비의 혓바닥은 몽땅 없어지고 말았다.

이 우화는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 짓인지도 모르고 걸핏하면 습관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다.
제발 국민의 뜻을 살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