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바라나시의 황금빛 사슴

박남량 narciso 2015. 4. 16. 21:04

 



바라나시의 황금빛 사슴



       옛날 바라나시의 어떤 강가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평소에도 사이가 매우 나빴는데
       우연히 강가에서 마주친 것이다.

       한 동안 옥신각신 하던 중에 힘이 센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강물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사람 살려!』
       물에 빠진 사람이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때 건너편 언덕 위에서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슴 한 마리가 있었다.
       이 사슴의 몸은 햇살을 받아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황금빛 사슴은 강물 속으로 들어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사슴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는 당신 덕분에 살아났으니 죽을 때까지 당신의
       종이 되어 저를 살려주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러자 황금빛 나는 사슴이 말했다.
       『저에게는 종이 필요없습니다.
       그러니 제게 은혜를 갚으려 하지 마십시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무슨 부탁이신지요?』

       『어느 누가 묻거든
       나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것이 저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젊은이는 황금빛 사슴에게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때 바라나시의 왕인 대석제군의 부인 월광이
       꿈을 꾸었다.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슴 한 마리가
       저녁놀을 받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저녁놀을 받은 황금빛 사슴의 눈부신 자태는
       그저 황홀할 뿐이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누구든지 황금빛 사슴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만 하면
       큰 상을 내리겠다는 내용의 방을 온 나라에 붙였다.

       그때 소문을 들은 젊은이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지금 몹시 가난하다. 그러니 황금빛 사슴이
       있는 곳을 알려주어 상을 받아야겠다.』

       그 사람은 황금빛 사슴에게 입은 은혜와 약속을
       저 버리고 사슴이 있는 곳을 말해 버렸다.

       『자, 이제 황금빛 사슴을 잡으러 가자.』
       젊은이가 앞장을 서고 많은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윽고 황금빛 사슴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병사들은 사슴이 있는 곳을 빙 둘러쌌다.

       다른 사슴들은 병사를 발견하고 도망을 갔으나
       황금빛 사슴은 그 자리에 태연히 서 있었다.
       자신이 도망을 가면 다른 많은 사슴들이 자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금빛 사슴이 왕 가까이 다가가자
       물에 빠져 사슴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소리쳤다.
       『대왕마마, 저기 황금빛 사슴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황금빛 사슴을 가리켰던 그 젊은이의 두 팔이
       땅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깜짝 놀란 임금이 그 연유를 묻자
       젊은이는 울면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된 임금은 이렇게 꾸짖었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아
       땅이 갈라져 그대를 빨아들이리라.
       그대의 혀는 수백 조각으로 갈라져야 하는데
       그 큰 죄의 업보는 왜 이리 적은가』

       임금은 온 나라에 사슴을 잡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