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엉터리 천리안

박남량 narciso 2015. 4. 14. 08:01

 



엉터리 천리안



         오랫동안 수행을 하여 앞일을 예언하거나
         멀리 있는 곳을 꿰뚫어 보는
         신통력이 있는 수행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부잣집에서 잔치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그 집을 찾아갔다.
         부잣집에는 인근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온통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 수행자는 거만을 떨고 있었다.

         아직은 식사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잣집에 찾아온 사람들은
         객방에 모여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수행자가 큰 소리로 웃어대자
         객방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무슨 일로 그렇게 웃으십니까?』

         그러자 수행자가 말했다.
         『지금 삼만리밖에 있는 어느 나무에서 원숭이가
         재주를 피우다가 나무에서 떨어졌지 뭐겠습니까.
         그러니 웃음이 안 나올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나서 수행자는 다시금 껄껄 웃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물었다.
         『그 원숭이는 암컷입니까 아니면 수컷입니까?』

         『암컷이 분명하오. 왜냐하면 그 원숭이는
         한 손에 새끼 원숭이를 안고 있기 때문이오.』
         방에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며
         수행자의 천리안을 몹시 부러워했다.

         삼만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본다고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잣집 아들은 그 수행자가 정말 실력이 있는지
         아니면 엉터리인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때마침 점심 때가 가까웠다.
          부잣집 아들은 반찬은 밑에 집어 넣고 그 위에 밥을
         덮게 하여 수행자에게만 따로 상을 마련해 주었다.

         『자, 여기 계시는 분은 천리안의 능력이 있는 분이니
         여러분과 함께 음식을 들 수는 없는 노릇이오.
         그러니 다른 분은 이쪽으로 오시고 수행자께서는
         붐비지 않는 이쪽 자리로 오십시오.』

         수행자가 거드름을 떨며 자리를 잡자
         곧 밥상이 앞에 놓여졌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밥과 반찬이 같이 놓여 있는데
         수행자의 상에는 밥그릇 뿐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다른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수행자의 상위에는 처음에 갖다 놓은 밥 뿐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반찬이 나오지 않자
         수행자는 버럭 화를 내었다.
         『왜 내 상에는 밥 뿐이오.
         반찬을 주어야 밥을 먹을 게 아니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수행자께서 식사를 하지 않는 줄 알고 지금껏
         기다렸습니다. 왜 식사를 하지 않습니까?』


         『허어,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나에게는 왜 반찬을 주지 않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것 보시오. 내 상 위에는 밥 뿐이잖소.』

         그러자 아들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행자께서는 삼만 리밖에 있는 원숭이는 보시면서
         이 밥 속에 든 반찬은 보이지 않는단 말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