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부자는 쓰는 일에 절도가 있다

박남량 narciso 2015. 4. 8. 12:22


부자는 쓰는 일에 절도가 있다



 

춘추시대 책사인 범려(范蠡)는 20여 년 동안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 ?-BC 464)을 섬기면서 온갖 고생을 다해 마침내 숙적인 오(吳)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범려(范蠡)는 구천(句踐)이 역경에서는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일단 태평 세월을 만나면 도저히 함께할 수 있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범려(范蠡)는 오늘날 중국인들이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일생동안 부와 권력, 미인을 얻었으면서도 아름답게 보이는 삶을 살다 간 범려(范蠡)가 진정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추구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을 설파한 춘추시대 대학자인 그의 스승 귀곡자(鬼谷子)의 가르침 때문이다. 귀곡자(鬼谷子)는 '모든 것은 정점에 이르면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는 자연의 이치를 강조했다.

귀곡자(鬼谷子)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삶의 최고점에서 자신의 권부를 털어 버릴  수 있었으며 극단으로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범려(范蠡)는 구천(句踐)과 갈라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월(越)나라를 떠나 멀리 제(齊)나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바닷가를 경작하여 얼마 되지 않아 수천 평의 옥답을 지닌 부호가 되었다.

제(齊)나라 사람들은 그의 총명함을 듣고 대신이 되어 줄 것을 간청했으나 범려(范蠡)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면서 범려(范蠡)는 이렇게 말하고는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친구나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후 아무도 모르게 도(陶)라는 곳으로 숨어 버렸다.

『나는 매우 다복한 사람이오. 내가 관리를 하면 대신격이요.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수만의 재물이 쌓이게 되오. 빈 주먹뿐인 사내로서 그 이상 바랄 것이 또 무엇이 있겠소?』

범려(范蠡)가 도(陶)로 간 건 이유가 있었다. 그곳이 천하의 요로(要路)로서 새로운 교역 시장으로 발전할 것을 느낌으로 알았던 것이다. 과연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는 또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부호가 되었고 도주공(陶朱公)이라는 지위도 얻었다.

범려(范蠡)는 쓰는 일에 절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가난한 이웃과 친구들에게 부(富)를 적절히 나누어줄 줄도 알았던 것이다. 명심보감에 부자는 쓰는 일에 절도가 있다는 말이 있다.

武王 問太公曰 人居世上 何得貴賤貧富不等 原聞說之 欲之是矣
太公 曰 富貴 如聖人之德 皆由天命 富者 用之有節 不富者 家有十盜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어찌하여 귀천과 빈부가 고르지 않습니까? 원컨데 말씀을 들어 이를 알고자 합니다.
태공이 대답했다. 부귀는 성인의 덕과 같아서 모두 천명에서 비롯되거니와 부자는 쓰는 일에 절도가 있고 가난한 집에는 열 가지 도둑이 있습니다.

武王 曰 何謂十盜
太公 曰 時熟不收 爲一盜 收積不了爲二盜 無事燃燈寢 睡 爲三盜 心庸懶不耕 爲四盜
不施功力 爲五盜 專行巧害 爲六盜 養女太多 爲七盜 晝眠懶起 爲八盜 貪酒嗜慾 爲九盜 强行嫉妬 爲十盜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무엇을 열 가지 도둑이라고 합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곡식이 익은 것을 제 때에 거두어 들이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도둑이요, 거두고 쌓는 일을 마치지 않는 것이 두 번 째 도둑이요, 아무 일도 없이 등불을 켜놓고 잠자는 것이 세 번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밭을 갈지 않는 것이 네 번째 도둑이요, 공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 다섯 번째 도둑이요, 오로지 교활하게 남을 해하는 일만 행하는 것이 여섯 번째 도둑이요, 첩을 너무 많이 거느리는 것이 일곱 번째 도둑이요, 낮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를 게을리 하는 것이 여덟 번째 도둑이요, 술을 탐하고 환락을 즐기는 것이 아홉 번째 도둑이요,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열 번째 도둑입니다.


부자는 그저 아무렇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자는 천명에 따라 도를 지키기 때문에 재물을 쓸 때도 꼭 필요한 곳에만 써서 절도가 있지만 부자가 되지 못하는 자는 재물을 벌어들이면 벌어들이는 대로 써서 없애기 때문에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부자는 현명하다. 그리고 부지런하다.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지 않던가. 가졌다고 해서 부자가 아니다. 부(富)는 즐길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사진: 다대포 몰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