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목마름에 닥쳐서 우물을 판다는 고사성어 임갈굴정(臨渴掘井)

박남량 narciso 2018. 7. 10. 15:21


목마름에 닥쳐서 우물을 판다는 고사성어 임갈굴정(臨渴掘井)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 소공(昭公)이 국내에서 뜻을 이룰 수 없어 노(魯)나라를 버리고 제(齊)나라에 몸을 의탁(依託)한 일이 있었다.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그를 보고 물었다.

"소공은 나이도 어린데 나라를 버리고 이곳으로 온 이유가 무엇이오"

소공(昭公)이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나이가 어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저는 친근(親近)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아부하고 가까이 접근해오나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실로 무엇인가를 급히 하려고 할 때 아무도 협조해 주는 이가 없고, 누군가가 옹호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더욱이 내가 하는 말에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합니다. 이는 마치 가을의 쑥포기에 찬바람이 불어오면 뿌리나 줄기가 다 말라버리지만, 그래도 잎이 푸르러 있지만 이는 순간일 뿐 결국은 가을 서리 찬바람에 모두 뽑혀 말라죽고 말 것입니다."

경공(景公)은 그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여겨 안자(晏子)에게 일러 소공(昭公)을 돌아가게 해서 인군이 되게 한다면 어진 군왕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안자(晏子)가 이렇게 말했다.

"대저 물에 빠진 사람은 본래 주의하지 않아서 실족(失足)하게 된 것이요, 길을 잃은 사람은 결국 처음에 방향감각을 잃은 탓입니다. 臨難鑄兵臨渴掘井 국가에 갑작스런 병란을 당해서야 급히 병기(兵器)를 만든다든가, 음식을 먹다가 목이 막혀서 죽을 지경에 이르러 우물을 파서 물을 가져오게 한들 제아무리 가장 빠른 방법으로 한다고 하여도 이미 때는 늦은 것입니다."

중국 고대 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소문(素問)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病已成而藥之 猶渇而掘井(병기성이약지 유갈이굴정) 병이 만들어진 뒤에 약을 쓰는 것은 마치 목마른 상태에 닥쳐서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임갈굴정(臨渴掘井)이다.

임갈굴정(臨渴掘井)이란 목마름에 닥쳐서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준비 없이 일에 닥쳐 허둥지둥하는 일을 의미한다.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닥친 뒤에 비로소 서두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