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워 고요하고 담박하게 무위하라는 고사성어 허정무위(虛靜無爲)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 충신 굴원(屈原)이 참소를 입고 쫓겨난 이후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자 선인(仙人)들과 함께 천지를 두루 돌아다니기 위해 지은 초사(楚辭)인 원유부(遠遊賦)에 실린 글이다.
漠虛靜而恬愉兮(막허정이념유혜) 淡無爲而自得(담무위이자득)
아득히 텅 비어 고요하니 편안하여 즐겁고, 담박하게 무위하자 절로 얻음이 있다.
굴원(屈原)은 이 말이 신선이 되는 첫 단계요, 병을 물리치는 묘한 지침이라고 말했다. 늘 이 구절을 외우면 그 자리에서 도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조선후기 문신 이의현(李宜顯)은 공정한 성품을 인정받아 특히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에 임명되어, 유봉휘(柳鳳輝) 등 소론의 죄를 다스리는 임무를 맡았다. 이듬해 예조판서로 옮기고 양관대제학(兩館大提學)이 되어 세자빈객을 겸하다가 우의정에 발탁되었다. 이의현(李宜顯)이 이렇게 말했다.
"재물은 썩은 흙(糞土)이요, 관직은 더러운 냄새(臭腐)다. 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할 것조차 못 된다. 온 세상은 어지러이 온 힘을 다해 이것만을 구하니 슬퍼할 만하다. 탐욕스럽고 더러운 방법으로 갑작스레 부자가 되거나, 바쁘게 내달려 출세해서 건너뛰어 높은 자리에 오른 자는 모두 오래 못 가서 몸이 죽거나 자손이 요절하고 만다. 절대로 편안하게 이를 누리는 경우란 없다. 조물주가 분수 밖의 복을 가볍게 주지 않음이 이와 같다. 구구하게 얻은 것으로 크게 잃은 것과 맞바꿀 수 있겠는가? 이는 아주 사소한 것일 뿐인데도 보답하고 베풀어 줌이 이처럼 어김이 없다. 하물며 흉악한 짓을 멋대로 하고 독한 짓을 마구 해서 착한 사람들을 풀 베듯 하고서 스스로 통쾌하게 여기던 자라면 마침내 어찌 몰래 죽임을 당함이 없겠는가? 하늘의 이치는 신명스러워 두려워할 만하다."(鄭珉/一針 30p)
이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믿고 세상을 농단하던 자들의 말로는 늘 비참했다. 지금까지 저들의 눈으로 확인한 것만도 수없이 많았을 텐데 자신만은 예외일 것으로 믿다가 뒤늦게 땅을 칠 것이다.
굴원(屈原)의 원유부(遠遊賦)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허정무위(虛靜無爲)이다.
허정무위(虛靜無爲)란 마음을 비워 고요하고 담박하게 무위하라는 뜻으로, 그리하면 편안하여 즐겁고 절로 얻음이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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