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동맹의 의미와 의무

박남량 narciso 2020. 12. 2. 09:38

동맹의 의미와 의무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이지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구도로 가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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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대왕의 실수로 어떤 농사꾼을 저승에 데려가게 되었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염라대왕은 그 사나이에게 환생하게 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하니 그 사나이는 부귀공명하고 오래 살고 절세미인의 아내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그렇게 좋은 것이 있다면 내가 하겠다”고 하면서 그 사나이를 원래의 농사꾼 그대로 환생시켰다고 한다. -
얻는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의 변하지 않는 철리인데 좋은 것은 모두 가지고 자신은 아무 손해를 입지 않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은 중국 춘추시대에 패권국과 종속국 간에 그릇에 피를 발라서 신의를 약속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란 글자에 그릇()이란 글자가 있는 이유이다. 이것을 회맹(會盟)이라 하는데 이후 전국시대에 대등한 국가 간의 약속으로 변했고 이것을 동맹(同盟)이라 한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대표적 동맹조약은 소진의 합종책이었다. 전국시대 6국이 동맹을 맺어서 진()나라를 견제하려고 한 것이다. 이 합종관계는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 6국간의 배신행위로 깨어지고 결국 6국은 진시황의 진나라에 병합되고 말았다. 한반도의 경우에도 당나라는 신라와 동맹을 맺고 고구려를 멸망시켰으나 당나라가 약속을 배신하고 한반도 전체를 병합하려고 하다가 신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서양의 경우, 로마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로마법의 정신이듯이 동맹의 약속을 깨트린 적이 없었다. 로마가 카르타고 한니발과 16년 전쟁에서 승리하게 된 원인은 동맹국들의 로마에 대한 협조 때문이었다.

일본은 20세기 초에 영국과 러시아 어느 쪽과 동맹을 맺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러시아는 조약을 지킨 적이 거의 없고 영국은 조약을 깨트린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서기 1902년 영일동맹을 체결했고 이것이 일본이 서기 1904년 러일전쟁에 승리한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도 로마와 영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동맹의 약속에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함부로 동맹을 맺지 않는다. 한미동맹도 한국전쟁 후 미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체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한반도 70년의 평화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핵을 가진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생존을 지키기 위하여 안보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 전과 달리 지금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성취와 아울러 중국의 야망에 대한 견제 때문에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다.

미국은 무적의 해군력을 가진 해양강국이다. 미국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해양자유를 통한 자유로운 무역이다. 미국은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편입시켜 중국의 번영을 도왔다. 그런데도 중국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남중국해의 암초(Rock)를 섬(Island)이라고 하면서 영유권을 주장한다. 미국은 이것을 해양자유를 위해 용납할 수 없다. 해양자유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중요한 국익이며,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동맹국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런데도 국익을 위해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국익은 안보이다. 안보 없는 경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사드 분쟁 때에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중국에 필수적인 한국의 중간재수출 때문이다. 중국관광객이 한국경제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WTO 체제에서는 기술력이 문제인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두 강대국 간의 대결에서 약소국의 중립정책이 가장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하였다. 결국 승자에게는 경멸을, 패자에게는 원한을 남긴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한국민의 70% 이상이 중국에 우선하여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문제에서는 민중의 감각이 비교적 정확하다. 한국 민중은 국제관계에서는 신의를 중요시했다. 정부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   이 재  호

국 제 신 문 20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