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공허합니다
아주 오래전, 날짐승과 들짐승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의 전쟁은 지지부진하게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약삭빠른 박쥐는 싸움이 일어났을 당시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관망의 태도를 취했습니다.
전세가 점점 날짐승 편으로 기울자 박쥐는 그들의 편에 서기로 결심했습니다.
“봐, 나도 날개가 있지? 난 너희와 같은 종족이야.”
날짐승은 박쥐를 자기네 편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들짐승에 맞서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들짐승의 승리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 보였습니다. 박쥐는 날짐승들을 배신하고 들짐승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에는 내가 잘못 선택했어. 하지만 봐! 나도 이빨이 있지? 진작 들짐승 편에 섰어야 했는데, 지금부터라도 너희를 도울게!”
마침 힘이 필요했던 들짐승들은 기꺼이 박쥐를 받아주었습니다.
계속된 전쟁에 날짐승들이 다시 승기를 잡자 박쥐는 이번에도 역시 서둘러 그들에게 갔습니다. 하지만 박쥐가 못 미더웠던 날짐승들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 후 날짐승과 들짐승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멈추고 화해하기로 했습니다.
박쥐는 날짐승 편으로 날아가 함께 이를 축하하고 싶었지만, 날짐승들 중 그 누구도 박쥐를 상대해주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들짐승 편으로 발길을 돌린 박쥐는 하마터면 그들에게 묵사발이 될 뻔했습니다.
이 일로 크게 놀란 박쥐는 대낮에 활동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어두운 밤에만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의 박쥐가 바로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입니다.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관망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기회주의자라고 합니다. 어느 집단이건 선한 사람이 있고 악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기회주의자란 주견이 없는 어림쟁이로 무조건 세력이 큰 편에 빌붙으려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기회주의자는 ‘덕을 해치는 도둑(鄕原德之賊也)’이라고 했습니다. 선택은 흑(黑)은 흑이고 백(白)은 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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