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돈만 있으면 그 돈으로 죽을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고사성어 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

박남량 narciso 2015. 3. 9. 13:39


돈만 있으면 그 돈으로 죽을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고사성어 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




범려(范蠡)가 도주공(陶朱公)이라는 이름으로 억만장자가 된 뒤의 이야기이다.
범려가 도(陶)라는 곳으로 와서 늦게 작은 아들을 보았는데 그 아들이 장성했을 때 범려의 둘째 아들이 사람을 죽이고 초나라에 갇혀 있었다. 범려는 소식을 듣자 사람을 죽였으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들으니
千金之子 不死於市  천금의 자식은 시장바닥에서 죽지 않는다.』고 했다 하고 작은 아들을 시켜 가보라고 했다.

범려가 순금 천 일(溢)을 한 자루 속에 숨겨 소가 끄는 수레에 실려 작은 아들을 떠나 보내려고 하는데 큰 아들이 제가 가겠다고 야단이었다. 범려가 듣지 않자,
『집에 큰 자식이 있는데도 굳이 어린 동생을 보내시려 하니 이것은 저를 못난 놈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 못난 자식 취급을 받을 바엔 차라리 죽고 말겠습니다.』하고 정말 죽을 것만 같이 설쳤다.

그러자 범려의 부인이 보다 못해,
『여보 영감, 지금 작은 자식을 보낸다고 해서 둘째 녀석이 꼭 살아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죽을 자식 살리기 전에 산 자식 먼저 죽이게 생겼으니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하고 사정을 했다.

범려는 하는 수 없이 큰 아들을 보내기로 하고 그에게 밀봉한 편지 하나를 주며,
『이것은 나와 아주 친한 장선생(莊先生)에게 보내는 편지다. 초나라에 도착하는 즉시 편지와 함께 천금을 장선생에게 드리고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라. 절대로 네 의견을 말해서는 안된다.』하고 타일렀다.

큰 아들이 초나라에 가서 장생(莊生)의 집을 찾아가니 가난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령대로 편지와 돈 천금을 주었다. 편지를 본 장생은,
『알았네, 곧 급히 집으로 돌아가게. 절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네. 동생은 곧 나오게 될 걸세.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까닭을 묻지 말게』하고 타일렀다. 그러나 큰 아들은 여관에 묵으면서 자기 나름대로 세도 쓰는 권문세가를 찾아 교제를 하곤 했다.

장생은 비록 가난하나 청렴정직한 학자로서 초나라 왕으로부터 모든 대신들이 스승처럼 존경하고 있었다. 범려가 준 돈 천금을 받을 의사가 있어서 받은 것이 아니고 일이 끝나면 도로 돌려 보내 줄 작정이었다. 처음부터 받지 않으면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장생은 한가한 틈을 타서 초왕을 보고 이렇게 천연스럽게 말했다.
『이러이러한 벌이 이러이러한 곳에 나타나 있으니 이것은 초나라에 불길한 징조입니다.』
초왕은 장생을 믿고 지내는터라 어떻게 하면 그것을 미리 막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오직 착한 덕만이 이를 없앨 수 있습니다.』
『알겠소. 내 곧 전국에 대사령을 내리겠소.』하고 왕은 곧 각 창고의 문을 봉하고 물자의 출납을 일체금지시켰다.

범려 큰 아들의 교제를 받은 귀인이 이 소식을 듣자 즉시 그에게 머지 않아 특사가 있을 거라고 전했다. 그러자 까닭을 알지 못하는 범려의 큰 아들은 공연히 천금을 장생에게 던져준 것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다 못해 다시 장생을 찾아갔다. 장생은 깜짝 놀라며 어째서 아직 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우 일로 왔었는데, 이제 아우가 절로 풀려나게 되었으므로 인사나 하고 가려고 왔습니다.』

장생은 그가 주고 간 천금을 다시 찾으러 온 것을 알자,
『방에 자네가 가져 왔던 돈이 그대로 있으니 들어가서 도로 가지고 가게』하고 말했다. 아들은 서슴치 않고 방으로 들어가 돈을 도로 들고 나오며 속으로 좋아 어쩔 줄을 몰랐다.

어린 아이에게 수염을 뽑힌 꼴이 된 것이 장생은 괘씸했다. 그는 다시 초왕을 만났다.
『그런데 도중에 들리는 소리가, 이번 특사는 대왕께서 백성들을 불쌍히 생각해서가 아니라 도주공(陶朱公)의 아들이 사람을 죽이고 갇혀 있어 왕의 좌우에게 뇌물을 바친 때문에 내려진 특사라고들 하옵니다.』이 말을 들은 초왕은 노한 끝에 도주공(陶朱公)의 아들을 처형시킨 다음 이튿날 대사령을 내리게 했다.

큰 아들은 죽은 아우의 시체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어머니와 고을 사람들이 다 슬퍼했다. 그러나 범려만은 혼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보낼 때부터 제 아우를 기어코 죽여서 돌아올 줄 알았다. 아우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놈은 이 아비와 함께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체험해 왔기 때문에 천금을 차마 버리고 올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작은 자식을 보내려 했던 것은 놈이 돈 아까운 줄을 모르고 자라났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같이 시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게 되어 죽은 자식을 슬퍼할 것이 무엇있겠는가』자수성가한 사람들은 깊이 한 번씩 생각해 볼 이야기다.


사기(史記) 월세가(越世家)의 범려(范蠡)의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이다.

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란 천금을 가진 사람의 아들은 죽을 죄를 지어도 시장바닥에 끌려나가 사형을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돈만 있으면 그 돈으로 죽을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돈의 위력을 말한다. 유전자생무전자사(有錢者生無錢者死) 돈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가졌음을 이르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는 유전사귀신(有錢使鬼神)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