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대들보를 빼어 기둥으로 바꾼다는 고사성어 투양환주(偸梁換柱)

박남량 narciso 2019. 3. 18. 13:59


대들보를 빼어 기둥으로 바꾼다는 고사성어 투양환주(偸梁換柱)



북송(北宋) 태종(太宗) 때의 일이다. 궁중의 궁녀 한 명이 어느 날, 남 몰래 담을 넘어 도망치다가 잡히고 말았다. 당시의 궁중 법규에 의하면 그 궁녀는 참수형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태종의 태도가 주춤한 것이 마치 그녀를 죽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유승규(劉承規)라 불리는 한 태감(太監)이 있었는데, 기민하고 지혜가 많아 사람의 의중을 살펴보는데 마치 비수(匕首)처럼 능하다고 하여 궁중에서는 모두 그를 유비(劉匕)라고 불렀다. 그는 태종의 모순된 심리상태를 곧 간파하고는 태종에게 말했다.

"소신은 폐하께서 그 건에 대한 처리를 미루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만약 그녀를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으신다면 나중에라도 그와 같은 일이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컨대 폐하께서 그녀에 대한 처리를 맡겨주시면 제가 그녀의 심장을 취해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그의 의도를 눈치 챈 태종은 곧 그렇게 하라고 응답하였다. 태종과 여러 비빈(妃嬪)들 앞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간 유승규는 살그머니 그녀를 부근 비구니 암자에 안치시켜 잠시 머물도록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사람을 시켜 그녀를 먼 곳으로 보내 적합한 남정네를 물색하여 시집보내고 잘 살아가도록 해주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사람을 시켜 돼지를 잡아 심장을 뺀 후, 상자에 담아 태종에게 바치며 궁녀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이를 본 육궁(六宮)의 궁녀들은 모두 사실로 오인하고는 상자 주위에 모여 통곡을 하였다. 상자 뚜껑을 열어 한 번 살펴본 태종은 즉시 유승규에게 가져가서 매장하도록 하며 아울러 은자(銀子) 5정(錠)을 상으로 주었다. 이때부터 궁녀들은 모두 조심해서 궁중의 법규를 지키게 되어 다시는 도망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유승규의 방법은 매우 총명한 것으로 그는 돼지 심장을 황제에게 바침으로써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혹형을 시행한 척하면서 다시 투양환주(偸梁換柱), 즉 대들보를 훔쳐내고 기둥으로 바꾸어 넣는 계략을 취해 한 명의 가련한 궁녀를 구해낸 것이다.


병법 삼십육계(兵法 三十六計) 중 25계(二十五計)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투양환주(偸梁換柱)이다.

투양환주(偸梁換柱)란 대들보를 훔쳐내고 기둥으로 바꾸어 넣는 계략이라는 뜻으로 몰래 어떤 사물의 본질이나 내용을 바꿔쳐서 상대를 속인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 군대와 합동하여 싸울 때 몰래 그 주력을 빼내어 전투하기에 불리하게 하고, 기회를 봐서 그 병력을 내 쪽으로 끌어들이는 계략을 말한다. 병법 25계로서 여러 번 진용을 바꾸면서 주력을 옮기다가 기회를 타서 제압하는 기술이라고 한다.<꽃사진: 마타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