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을 의문으로 되돌려놓지 않는 사람이 의미의 주인공이듯이
의문을 만들어내는 사람 또한 의미의 주인입니다
한 랍비가 죽음을 앞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유언을 듣고자 몰려온 수백 명의 제자는 짐 안에 모두 들어가지 못해 집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마침내 스승을 정성껏 모셨던 제자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스승에게 나아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스승님, 지혜로운 말씀을 남겨주고 떠나셔야죠. 저희는 모두 스승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제자들은 스승은 이미 세상을 떠난 줄 알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아주 힘겹게 조금씩 스승의 입이 움직이더니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자들은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인생은 한 잔의 차와 같다.”
침대 맡에서 그 지혜의 말을 직접 들은 제자들은 몹시 흥분해서 크게 외쳤다.
“인생은 한 잔의 차와 같다!”
제자들의 입을 통해 그 말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그리고 집 밖의 거리를 향해 빠르게 전달되었다.
“스승님이 말씀하시길, 인생은 한 잔의 차와 같대!”
그 알쏭달쏭한 가르침 때문에 모든 제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때, 누군가가 당동하게 반문했다.
“왜 인생이 한 잔의 차와 같을까?”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같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그 질문은 다시 거리로부터 집 안으로, 집 안에서 다시 랍비가 죽어가는 방 안으로 전달되었다.
결국 다시 한 번 제자 중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존경하는 스승님, 부디 대답해주시길 바랍니다. 왜 인생은 한 잔의 차와 같습니까?”
스승은 마지막 숨을 내쉬면서 간신히 대답을 내뱉었다.
“알았다. 그럼, 인생은 한 잔의 차와 같지 않다고 해두자.”
랍비(Rabbi) 니우통 봉데(Nilton Bonder)의 <이디시 콥(Yiddishe Kop)>에 실린 글입니다.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에 거리에서 전달된 질문 즉 가르침에 의심을 품은 한 사람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 말을 둘러싼 맥락을 무시해버렸고, 덕분에 그 가르침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이야기입니다. 랍비는 의미심장하게 간직될 수 있는 어떤 말을 남겼고, 그로써 유언 뒤에 숨겨진 참뜻을 찾기 위해 다양한 해석이 전개될 가능성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제자들은 그 유언이 대답이 아니라 일종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함으로 스승의 유언은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공허한 말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형상에 집착한 탓에 본질을 놓쳐버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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