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

박남량 narciso 2015. 6. 15. 11:39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

朝鮮19世紀/綿本淡彩(1813年作)/高麗大學校博物館


참새 한 쌍이 매화나무가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소박하게 표현하고 시와 함께 이 그림을 그린 사연이 적혀 있는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라는 이 그림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작품이다. 어떠한 이유로 이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궁금증을 풀어주는 열쇠가 이 그림 안에 담겨 있다.

余謫居康津之越數年 洪夫人寄 裙六幅 歲久爲四帖 以有二子 用其餘爲小障 以遺女兒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에게 큰 딸의 혼인을 맞아 아내 홍씨가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보내 왔다. 시집오던 날 입었던 붉은색 치마로 오래 되어 색이 바랬다.

정약용(丁若鏞)은 빛바랜 치마폭을 잘라 하피첩서를 만들어 두 아들에게 훈계의 글을 적어 보내고, 남은 치마 한 폭으로는 외동딸에게 가리개를 만들어 그 가리개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원하는『매조도』와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아비의 마음을 담은 시와 이를 만든 사연(跋文)을 적어 시집가는 딸에게 보냈다. 아내의 치마폭에 담은 애틋한 매화 향기가 가득한 이것이 바로 『매화병제도(梅花倂題圖)』이다.


梅花屛題圖
                -丁若鏞


翩翩飛鳥  息我庭梅
有列其芳  惠然其來
爰上爰棲  樂爾家室
華之旣榮  有賁其實




매화병제도
               - 정약용


훨훨 나는 새야 내 뜰의 매화나무에서 쉬렴
그 나무 향기도 진하니 은혜로워라 어서 오려마
이에 가지에 올라 깃드니 네 집이 즐거우리라
꽃이 아름다우니 열매도 가득 맺으리라


뻗어있는 두 줄기 매화가지의 끝은 초록색을 띠고 있고 활짝 핀 꽃과 꽃망울을 아직 터뜨리지 못한 꽃봉오리가 가지마다 달려 있다. 그 가지 위에는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참새 한 쌍이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정약용(丁若鏞)의 내면 세계를 표출하고 있음도 느끼게 된다.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한 시를 통해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다. 아버지의 마음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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