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빨래터>
아낙네 몇이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딸린 여인은 머리를 풀어헤쳐 감은 뒤 다시 땋고 있는 모습입니다. 앞에는 빗이 놓여 있고 어린아이는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있으며 엄마 젖을 만지고 있습니다. 물 속에 여인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면서 건져내고 있습니다. 방망이질 하는 두 여인은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물과 빨래터는 여인들의 고유의 일터이자 수다판입니다. 갓을 쓰고 바위 뒤에 숨어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왼손으로는 서책을 뒤적거리고 있는 모습으로 빨래하는 여인들의 허벅지를 몰래 훔쳐보는 양반의 자세는 점잖지 못한 행동이지만 익살스럽게 표현하였습니다. 부채를 넘어서 보내는 눈길의 속내는 남성의 성욕입니다.
김홍도는 피핑 톰(Peeping Tom)을 등장시킵니다. 남들이 보아서는 안 될 은근한 장면, 즉 에로티시즘(Eroticism)과 연관된 장면을 도둑질하듯이 몰래 들여다보는 사람을 피핑 톰이라고 부릅니다. 그는 한 여름인데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의관을 정제하고 있습니다. 양반 사대부이거나 그만한 선비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내가 하는 짓은 영 아닙니다. 몸을 숨기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는 여인네들이 벌이는 반라의 쇼를 훔쳐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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