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것이 높은 까닭을 아세요
갑과을 두 사람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을은 동작도 빠르고 원숭이처럼 나무도 잘 타서 늘 좋은 땔감을 많이 모았습니다. 그러나 갑은 성격이 나약하고 나무도 잘 타지 못하여 겨우 밥지을 땔감이나 구할 뿐이었습니다.
을은 으시대면서 갑에게 말하였습니다.
"자네는 참으로 나무를 할 줄 모르네. 평지에는 좋은 땔감이 없네. 그래서 나는 나무 타는 법을 배웠지. 처음 나무에 오를 때는 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밑을 내려다보면 정신이 아찔하였지. 하지만 얼마 지나자 조금씩 자신이 생겼고 한 달이 자니자 높은 나무 꼭대기도 마치 평지 같더군. 그리하여 나는 좋은 땔감을 많이 구할 수 있었네. 이 일로 인해 나는 평범한 일만 하는 사람은 남보다 앞설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
갑은 이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땅바닥에 있고 자네는 나무 꼭대기에 있지만 낮은 것이 낮지 않을 수도 있고 높은 것이 높지 않을 수도 있네. 높은 것과 낮은 것은 자네와 내가 정할 바가 아니지. 대개 많은 이익을 얻으면 화의 근원도 깊게 되고 빨리 성공을 얻으면 잃는 것도 빠른 법이지. 그러니 나는 자네의 말을 따를 수가 없네."
그런데 한 달 후 을을 벼랑 위에 있는 높은 소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치다가 발을 헛디뎌 벼랑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간신히 생명을 건지기는 하였으나 다리가 부러지고 두 눈까지 멀어 마치 시체와 같았습니다.
을은 높은 꼭대기만을 좋아하고 낮은 평지는 거들떠보지 않다가 결국 떨어졌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면 더 높이 올라가려고만 할 뿐 올라갈수록 위험하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습니다. 을은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젊은 나이에 폐인이 되어 나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갑은 높고 낮음의 이치를 알았기에 무모한 과욕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늙어 죽을 때까지 나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 초기 문신이며 뛰어난 문장으로 유명하며 화가이기도 한 강희맹(姜希孟 1424 - 1483)의 사숙재집(私淑齋集)에 실린 글을 설성경의 <세상을 거꾸로 보는 관상장이/사람과책/1995>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과연 어느 것이 많고 적으며 어느 것이 높고 낮은가요? <꽃사진: 상록패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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