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까닭 없이 얻어진 것은 잃은 것과 같다

박남량 narciso 2015. 6. 24. 09:17


까닭 없이 얻어진 것은 잃은 것과 같다



중국 전국 시대에 연릉계자(延陵季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오(吳)나라의 15대 수몽의 아들 계찰(季札)이다. 계찰(季札)은 왕위를 두 차례나 사양하며 덕의 극치를 보인 인물로, 왕실을 떠나서 들에 나가 농사를 지었는데 연릉(延陵)을 봉지로 받아 연릉계자(延陵季子)라고 불렀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황금덩어리를 발견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사람이 한여름인데도 가죽옷을 입은 채 나무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릉계자(延陵季子)는 그 사람을 불러 길바닥에 놓여 있는 황금덩어리를 가리키며 가지라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일은 복이 아닌 화근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고상한 척 그걸 줍지 않으면서 왜 내게 그토록 치사한 일을 시키는가? 내 비록 가난하여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있긴 하지만 그 따위 화근덩어리를 횡재라고 좋아할 줄 알았는가?』

빌어 오는 재물은 바닥 없는 바다이지만 주워 오는 재물은 보이지 않는 늪이라고 한다.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이 얻어진 소득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라면 곧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뜻하지 않은 행운에 마음이 들떠서 경거망동하다가는 헤어 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세상사는 반드시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아무 일 없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을 것이다.
<꽃사진: 유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