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길을 빌려 쓰고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앤다는 고사성어 가도멸괵(假道滅虢)

박남량 narciso 2017. 8. 17. 15:58

 


길을 빌려 쓰고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앤다는 고사성어 가도멸괵(假道滅虢)



춘추시대에 강성했던 진(秦)나라 헌공(獻公)이 괵(虢)나라를 치기 위해 우(虞)나라에 길을 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때 우(虞)나라 대신 궁지기는 길을 빌려주면 우(虞)나라는 망하게 될 것이라며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진(秦)나라 헌공(獻公)은 명마와 진기한 옥을 주고서 길을 빌린 뒤에 괵(虢)나라를 멸망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우(虞)나라 왕이 마중을 나온 틈을 이용하여 우(虞)나라까지 멸망시켰다.

우(虞)나라 왕은 방심하고 있다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포로가 되고 말았다. 우(虞)나라가 이렇게 간단하게 망하니 우(虞)나라의 어리석음은 후세에 두고두고 비웃음을 샀다.

멸망한 괵(虢)나라에도 기가 막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라를 잃은 괵(虢)나라 왕이 수레를 타고 달아나다가 목이 마르다 하니 신하가 맛있는 술을 바쳤다. 또 배가 고프다 하자 흰 쌀밥과 고기 반찬을 바치니 괵(虢)나라 왕이 물었다.

"술과 밥을 어찌 준비했느냐?"

괵(虢)나라 왕의 물음에 신하가 미리 준비해두었다고 대답하니 괵(虢)나라 왕은 어찌 해서 미리 준비 해두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하가 이렇게 대답했다.

"왕께서 피난하실 때 필요하실 것 같아 미리 준비했습니다."

괵(虢)나라 왕은 다시 물었다.

"내가 망할 것을 알고도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느냐?"

괵(虢)나라 왕이 다시 물으니 신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라가 망하기 전에 제 목이 먼저 떨어질까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신하의 대답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왕이 신하의 목을 치면 신하들은 입을 닫아 버린다는 이야기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그르쳐지고 있는데도 고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진(秦)나라에 의해 괵(虢)나라와 우(虞)나라가 멸망한 고사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가도멸괵(假道滅虢)이다.

가도멸괵(假道滅虢)이란 다른 나라의 길을 임시로 빌려 쓰다가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앤다는 말이다. 작은 나라가 적의 사이에 끼여 위협을 받을때 그 틈바구니에서 강한 세력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고 기회를 노려 강한 세력을 기습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군사적인 의도를 숨기기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이용되는 계책이다.
<꽃사진: 란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