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를 너무 부리다가 도리어 서투르게 됨을 이르는 고사성어 농교성졸(弄巧成拙)
중국 북송(北宋) 때 화가 손지미(孫知微)는 인물화에 조예가 깊었고 그 화풍이 독특하여 널리 이름을 날렸다. 화가는 성도(成都) 수녕사(壽寧寺) 주지스님의 부탁을 받고 절에 구요성군도(九曜星君圖)를 그렸다. 그림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이들이 입은 옷은 바람에 날리는 듯했다. 화가는 마지막 단계인 착색을 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화가는 붓을 내려놓고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그림의 기본 내용은 이미 다 그려 놓았고 이제 착색만 남았으니 너희들이 마무리하면 되겠다. 색상이 잘못 입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는 친구집에 갔다가 곧 돌아올 터이니 그때까지 다 그려 놓아라.”
제자들은 스승이 그린 구요성군도(九曜星君圖)을 세세히 보면서 스승님의 기교와 총체적인 구도의 오묘함을 느꼈고 자신들의 느낀 바와 소감을 교류하기 시작했다. 제자들 중에는 동인익(童仁益)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다들 토론에 열중하고 있었으나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한 제자가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가? 혹시 이 그림에 잘못된 점이라도 있단 말인가?” 동인익이 제자들을 둘러보고는 짐짓 신비한 어조로 말했다. “수요성군(水曜星君)의 옆에 있는 동자는 그 표정이 살아있는 듯 하나 들고 있는 수정병에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여러 제자들이 동인익의 말을 듣고 다시 그림을 보고나서 이구동성으로 부족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동인익이 이렇게 말했다. “스승께서는 매번 병을 그릴 때마다 꽃 한송이를 그려 넣으시곤 하지. 헌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친구집에 갈 생각에 꽃을 그리지 못한 것이야. 허니 우리가 스승님을 대신해서 꽃을 그려 넣고 착색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여러 제자들이 말릴 새도 없이 동인익은 화필을 잡고는 매우 진지하게 꽃병 입구에 화산 붉은 연꽃을 그려 넣었다.
화가 손지미(孫知微)가 돌아와 보니 수요성군(水曜星君)의 옆에 시립한 동자가 들고 있는 꽃병에 난데없이 붉은 연꽃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어느 멍청이가 이런 짓을 한 거야. 畵蛇添足(화사첨족) 정도라면 내가 책망까지는 않겠다마는 이건 弄巧成拙(농교성졸) 재주를 피우려다 그림을 다 망쳐버린 것이다. 동자가 들고 있는 병은 수요성군이 물요괴(水妖愧)를 제압하는 진요병(鎭妖甁)인데 이제는 꽃을 꽂은 꽃병이라니 세상 사람들이 다 웃을 일이구나.”
중국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졸헌송(拙軒頌)에 실린 구절이다.
弄巧成拙(농교성졸) 畵蛇添足(화사첨족)
何頭上安頭(하두상안두) 屋下蓋屋(옥하개옥)
畢竟 巧者有餘 拙者不足(필경 교자유여 졸자부족)
기교를 부리다 망치는 것은 뱀을 그리면서 다리를 그려 넣는 격이네
어찌 머리 위에 머리를 두고 집 아래 집을 짓는다는 말인가
필경 공교로운 것에는 남음이 있고 졸렬한 것에는 모자람이 있네.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졸헌송(拙軒頌)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농교성졸(弄巧成拙)이다.
농교성졸(弄巧成拙)이란 지나치게 솜씨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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