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근본을 잃으면 다른 것도 논할 필요가 없다는 고사성어 피지부존모장안부(皮之不存毛將安傅)

박남량 narciso 2015. 3. 18. 12:26


근본을 잃으면 다른 것도 논할 필요가 없다는 고사성어 피지부존모장안부(皮之不存毛將安傅)



冬秦饑 使乞糴于晉  희공(喜公) 14년 겨울에 진(秦)나라에 기근이 들었다. 진(秦)나라는 평소 관계가 그리 좋지 못했던 진(晉)나라에 사자를 보내어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그러자 진(秦)나라의 대부 경정(慶鄭)이 이렇게 말했다.

背施無親  幸災不仁  貪愛不祥  怒鄰不義  四德皆失  何以守國

은혜를 배반함은 친선 관계를 버리는 것입니다.
남의 재앙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남의 사랑을 탐하는 것은 미움을 받는 원인이고
이웃을 노하게 함은 의롭지 못한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덕을 모두 잃고서 어찌 나라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이에 진(晉)나라의 신하 괵사는 이렇게 대답하며 차갑게 거절했다.

皮之不存毛將安傅
가죽이 없는데 어찌 털이 붙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은 평소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말이다.

경정(慶鄭)이 이렇게 말했다.

弃信背鄰  患孰恤之  無信患作  失援必斃  是則然矣

신의를 버리고 이웃을 배반한다면
재앙이 있을 때 누가 이를 돕겠습니까?
신의가 없으면 근심이 생기게 마련이고
후원을 잃으면 반드시 쓰러집니다.
진(秦)나라에 곡식을 주는 것이 바로 그와 같은 것입니다.』

이에 괵사가 말했다.

無損於怨  而厚於寇  不如勿與

곡식을 준다고 해서 진(秦)나라의 원한이 줄어들 리 없고
도리어 적의 힘을 길러 주는 것뿐이니
주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였다.

이에 경정(慶鄭)이 다시 말했다.
背施幸災  民所弃也  近猶讎之  況怨敵乎  君其悔是哉  

은혜를 배반하고 남의 재앙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백성들도 하지 않는 길입니다.
가까운 내 백성마저도 미워하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은 그 적이야 어떠하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재차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진(晉)나라 조정에서는 경정(慶鄭)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정은 물러나와 임금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피지부존모장안부(皮之不存毛將安傅)이다.

피지부존모장안부(皮之不存毛將安傅)란 피지부존(皮之不存)은 본디부터 없다는 뜻으로 피부가 없으면 털이 붙을 곳이 없다는 뜻으로 근본을 잃으면 지엽에 관한 일은 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인간 관계란 평소에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떤 친분도 없으면서 청탁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간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하는 교분이 정녕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