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이 있으면 즉시 고치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고사성어 개과불린(改過不吝)
서경(書經) 중훼지고(仲虺之誥) 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하(夏)나라의 폭군인 걸(桀)을 몰아내고 상(商)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이 민심을 얻은 이유에서 나온 말이개과불린(改過不吝)이다. 탕왕(湯王)의 신하인 재상 중훼(仲虺)는 탕왕(湯王)을 잘 보좌하고 간(諫)함으로써 상(商)나라 건국에 큰 공로를 세웠다. 그는 탕왕(湯王)이 상(商)나라를 세움은 민심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 일곱 가지를 열거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여기에 개과불린(改過不吝)이란 글이 있다.
惟王
不邇聲色
不殖貨利
德懋懋官
功懋懋賞
用人惟己
改過不吝
克寬克仁
彰信兆民
오직 왕은 노래와 여색을 가까이 아니하시고, 재화와 이익을 불리지 아니하시며, 덕이 많은 사람에게는 힘써 벼슬을 주시고, 공이 많은 사람에게는 힘써 상을 내리시며, 사람을 쓸 때는 자신과 같이 대우하시고, 허물을 고치는데 주저하지 않으시며, 아주 관대하고 인자하시어서, 만백성들에게 믿음을 주셨나이다.
조선 성리학의 틀을 세운 퇴계 이황(李滉 1501-1570)도 개과불린(改過不吝)이란 글을 남겼다. 한참 연배가 적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기대승(奇大升 1527-1572)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사상적, 인간적 교류를 이어갔는데 8년 동안 벌였던 논쟁인 사람의 본성에서 우리라는 네 가지 마음씨와 일곱 가지 심리작용에 대한 논변인 '사단칠정이기(四端七情理氣)' 논쟁은 유명하다.
서신을 주고받으며 담론을 나누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아집을 부리는 기대승(奇大升)에게 퇴계 이황(李滉 )이 남긴 글이다.
『眞勇 不在於逞氣强說 而在於改過不吝 聞義卽服也
진정한 용기는 기세를 부려 억지소리를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허물 고치기에 인색하지 않고 의리를 들으면 즉시 따르는데 있다.』
훗날 기대승(奇大升)은 어린 제자를 대등하게 대한 퇴계 이황(李滉 )의 인품에 고개를 숙이고 충고를 일생의 경구로 삼았다고 한다.
잘못을 고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하고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해동신명록에 실린 이야기이다. 조선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홍언필(洪彦弼 1476-1549)은 평소 몸가짐이 검소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멀리하였고 집안의 법도가 엄격하여 주변의 칭송이 높았다고 전한다. 김안로(金安老)의 모함으로 파직당하였다가 김안로(金安老)가 실각하자 호조판서로 복관된 홍언필(洪彦弼)이 마침내 영의정 자리에 오르자 사람들은 그가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여 산적한 폐단을 과감히 개혁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홍언필(洪彦弼)은 영의정에 오른 이후로 세상을 안정시키는 데만 힘쓰고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았다.
누군가 그의 태도를 비판하자 홍언필(洪彦弼)이 이렇게 말했다.
『나도 시사 가운데 개혁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개혁하고서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
서경(書經) 중훼지고(仲虺之誥) 편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개과불린(改過不吝)이다.
개과불린(改過不吝)이란 허물을 고치는 데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 즉시 고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말라는 말이다.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어 업적을 쌓으려는 욕심에 성급히 밀어붙이면 개혁은 좌초하기 십상이다. 잘못된 것을 단번에 개혁하겠다고 선언하면 듣기에는 통쾌할지 몰라도 이미 굳어진 잘못은 개혁하기도 그만큼 어려운 법이다. 잘못이 있으면 서둘러 바로잡고 조속히 개혁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랫동안 굳어진 잘못은 어려운 법이다. 잘못된 것을 고칠 때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지만 이런 경우는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 부산 낙동강 노을나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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