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가는 사람 붙들지 말고 오는 사람은 물리치지도 않는다는 고사성어 거자불추 내자불구(去者不追 來者不拒)

박남량 narciso 2015. 4. 17. 14:27


가는 사람 붙들지 말고 오는 사람은 물리치지도 않는다는 고사성어 거자불추 내자불구(去者不追 來者不拒)



 

맹자(孟子)는 가는 곳마다 환영이 대단하였고 언제나 수십 대의 수레에 수백명의 수행원이 호송을 하고 다녔다 한다. 또 맹자(孟子)가 가 있는 곳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고 의견을 묻기도 했다. 맹자(孟子)가 등(騰)나라로 가서 상궁(上宮)에 숙소를 정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등(騰)나라는 맹자(孟子)가 태어난 추(鄒)나라와 가까운 나라로 등(騰)나라 임금 문공(文公)은 세자로 있을 때부터 맹자(孟子)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한 일이 있었고, 그가 임금이 되었을 때는 맹자(孟子)의 가르침에 따라 토지개혁을 단행한 일도 있었다.

맹자(孟子)가 있는 상궁(上宮)에는 온통 사람들의 출입으로 몹시 번잡했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미투리를 반쯤 삼다가 창문 위에 올려 놓았다. 맹자(孟子)의 일행이 각각 방을 차지하고 따라왔던 사람들도 다 돌아가고 난 다음, 신(미투리)을 마저 삼으려고 가보았을 때는 미투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일 보는 사람이 보기가 흉해서 어디로 치웠는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미투리 임자는 누가 훔쳐간 걸로 단정을 했다. 조금만 더 손을 대면 완전한 신이 되게 되는데 이제까지 애쓴 보람도 없이 남의 좋은 일만 해준 것을 생각하니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어떤 몬이 남의 삼다 둔 미투리를 훔쳐갔다고 떠들어댔다.

사람들이 차츰 맹자를 따라왔던 사람들 중에 누가 한 짓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똑똑한 체하는 사람은 어느 곳에나 있는 법이라 한 사람이 맹자를 찾아가 항의를 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선생님을 따라 다니는 사람이 신을 훔쳐 가다니 말입니다.』

맹자(孟子)도 경솔한 그의 말투에 약간 노여운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대는 나를 따라온 사람이 그 신을 훔치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말인가?』

맹자(孟子)의 이 같은 반문을 받은 똑똑한 체한 그 사람은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천만에 그럴 리가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사람들을 대하는 법은
去者不追  來者不拒  荀以是心至  期受己己矣
가는 사람들 붙들지도 않고, 오는 사람을 물리치지도 않으며 진실로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받을 뿐입니다.』


<去者不追  來者不拒>  
가는 사람을 붙들지 말고 오는 사람을 뿌리치지 말라는 이 말은 아주 우리의 일상 교훈처럼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다. 순자(荀子) 법행편(法行篇)에도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의 말이라 하여 나와 있다.
君子  正身以侯  欲來者不拒欲去不止
군자는 몸을 바르게 하여 기다릴 뿐이다.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절하지 아니하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붙들지 않는다.』즉 사욕을 초월한 처세술의 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공자(孔子)의 말씀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공자(孔子)가 아무나 찾아오는 사람이면 무조건 만나 준다고 제자들이 불평을 한 일이 있다.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 나와 있는 이야기이다.

호향(互鄕)이라면 풍기가 좋지 못한 마을로 이름 난 곳이었다. 호향(互鄕)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논어(論語)에는 함께 말도 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표현하고 있다. 그 호향(互鄕)에 사는 한 소년이 공자(孔子)를 찾아와 가르침을 청했다. 제자들은 문 밖에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공자(孔子)의 의견을 묻지 않고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공자(孔子)는 조금도 주저하는 빛이 없이 그 아이를 들어오게 했다. 얼마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은 끝에 아이가 물러가자 제자들은 몹시 의아한 표정으로 공자(孔子)를 바라보았다. 제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공자(孔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나를 찾아온 그 마음을 받아들일 뿐 그가 물러가서 무엇을 하는 것까지 관여할 것은 없다. 굳이 그 아이에게만 심하게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사람이 자신을 깨끗이 하고 찾아오면 그 깨끗함을 받아들일 뿐 그가 과거에 무엇을 했던 내가 알 바 아니잖느냐?』



맹자(孟子)에 나와 있는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거자불추 내자불구(去者不追 來者不拒)이다.

거자불추 내자불구(去者不追 來者不拒)란 가는 사람을 붙들지 말고 오는 사람을 뿌리치지 말라는 뜻이다. 지위를 막론하고 어떠한 사람이라도 공히 대면하는 실용적 통합의 의미를 내포한 말이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구별하지 않고 동등한 대면을 강조한 말로 현대인의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런지.<사진; 낙동강 하구언 하단 강변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