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로 적은 물이라는 고사성어 남상(濫觴)

박남량 narciso 2018. 4. 18. 15:45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로 적은 물이라는 고사성어 남상(濫觴)



공자(孔子)의 제자에 자로(子路)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자(孔子)에게 사랑도 가장 많이 받았지만 꾸중도 누구보다 많이 듣던 제자였다. 어쨌든 그는 성질이 용맹하고 행동이 거친 탓에 무엇을 하든 남의 눈에 잘 띄었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나자 공자(孔子)는 말했다.

"양쯔강(揚子江, 長江)은 사천(泗川)땅 깊숙히 자리한 민산(岷山)에서 흘러내리는 큰 강이다. 그러나 그 근원은 '濫觴  겨우 술잔에 넘칠 정도'로 적은 양의 물이었다. 그런데 그 것이 하류로 내려오면 물의 양도 많아지고 흐름도 빨라져서 배를 타지 않고는 강을 건널 수가 없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배조차 띄울 수 없게 된다. 이는 모두 물의 양이 많아 졌기 때문이니라."

공자(孔子)는 모든 일은 시초가 중요하며 시초가 나쁘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 했던 것이다. 공자(孔子)의 이 이야기를 들은 자로(子路)는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 입었다고 한다. 순자(荀子) 자도편(子道篇)에는 다음과 실려있다.

子路盛服見孔子 (자로성복견공자)
孔子曰 由 (공자왈 유)
是裾裾 何也 (시거거 하야)
昔者江出於崏山 (석자강출어민산)
其始出也 (기시출야)  
其源可以濫觴 (기원가이람상)
及其至江之津也 (급기지강지진야)
不放舟 不避風 (불방주 불피풍)
則不可涉也 (즉불가섭야)
非維下流水多邪 (비유하류수다야)
今女衣服旣盛 (금여의복기성)
顔色充盈 (안색충영)
天下且孰肯諫女矣 (천하차숙긍간여의)
子路趨而出 (자로추이출)
改服而入 (개복이입)
蓋猶若也 (개유약야)

자로(子路)가 옷을 잘 차려입고 공자(孔子)님을 뵈었다
그러자 공자(孔子) 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유야, 이처럼 제대로 차려입은 까닭이 무엇이냐
옛날에 은 민산(岷山)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것이 나옴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 근원은 술잔에 넘칠 정도였다
그러나 그 강의 나루에 이르러서는
배를 엮어 놓지 않고 바람을 피하지 않고는
건널 수 없다
오직 하류(下流)에 물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너의 복장이 이미 성대하게 차려 입고
얼굴빛이 충만하구나
천하사람이 또 누가 감히(肯) 너에게 간언하겠느냐
자로(子路)가 종종걸음으로 나가서
옷을 바꿔 입고 들어왔다
대체로 무난한 모습이었다.

자로(子路)가 화려한 차림의 관복을 하고 나타나자 공자(孔子)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거창한 차림은 어찌된 일이냐 물으며 양쯔강(揚子江)을 비유하여 자로(子路)에게 말했다. 원래 양쯔강(揚子江)은 민산(岷山)에서 시작되는데 그것이 처음 시작할 때는 그 물이 겨우 술잔에 넘칠 만했다. 그러나 그것이 강나루에 이르렀을 때는 큰 배를 엮어 놓고 바람을 피하지 않고는 건널 수 없다. 그것은 하류의 불이 많기 때문에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 너는 화려한 옷을 입고 충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누가 너를 위해 충고해 주겠느냐는 의미의 내용이다. 공자(孔子)는 모든 일은 그 근원이 중요하며 처음이 나쁘면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 했던 것이다.


순자(荀子) 자도편(子道篇)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남상(濫觴)이다.

남상(濫觴)이란 거대한 배를 띄울 수 있는 양쯔강 같은 큰 강물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술잔 하나 띄울 만한 적은 물에서 시작되었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큰 강물도 그 시초는 한 잔(觴)에 넘칠(濫) 정도의 물이라는 뜻에서 사물의 처음이나 기원을 말한다. <꽃사진: 황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