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는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 꽃시 사랑 2008.03.11
꽃시 / 진달래 진 달 래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꽃시 사랑 2008.03.06
꽃시 / 코스모스 코 스 모 스 몸 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 시 / 이 해 인 - 꽃시 사랑 2008.02.26
꽃시 / 복수초 복수초 눈 쌓인 겨울 한라산 눈과 얼음 뚫고 피는 꽃 눈과 얼음 녹이며 피는 눈색이꽃 생명력이 끈질겨 복수초 한라산에서 가장 먼저 피는 元日草 너를 바라보는 그곳 언제나 동트는 아침 옷깃 스치는 그곳 언제나 그윽한 향기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부서지는 햇살 너의 눈길 닿는 곳 고해소 한 채 너.. 꽃시 사랑 2008.02.14
꽃시 / 해당화 해 당 화 한 용 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 꽃시 사랑 2008.02.08
꽃시 자귀나무 자 귀 나 무 김 점 희 키 큰 잡목사이로 여름햇살 한줄기 뚫고 나오지 못하는 초록만 무성한 산을 오르다 숨이 턱에 닿을 즈음 솜털 같기도 명주실 같기도 공작의 깃털 같기도 부채춤의 부채 같기도 한 분홍 꽃이 무당집의 빛바랜 등(燈) 같아 등줄기 비 오듯 흐르든 땀은 오싹 돋는 소름에 냉기를 더했.. 꽃시 사랑 2008.01.29
꽃시 상사화 상 사 화 양 전 형 그리움은 맨 뒤에 피어나는 것 다 떠난 뒤 뜬구름 같은 기억이 작달비를 몰고 오는 날 알몸으로 그리움의 모양을 그려내는 것 다 버린 뒤 뜨거운 서러움이 작달비를 타고 내리는 늦여름 힘겹게 땡볕 뚫으며 자란 그리움을 마침내 피워 내는 것 지난 일은 묻혀야 아름다운 것 기다란 .. 꽃시 사랑 2008.01.26
꽃시 과꽃 / 강세화 과 꽃 강 세 화 처서(處暑) 지나고 과꽃이 뜰을 채우고 있다 지조(志操) 지켜 피는 꽃을 초가을 햇볕이 떠받들고 있다 마음은 선선히 살찌면서 시름이 만만하여 아무래도 엇나가는 조짐이 찬란하다 부수고 몰아내고 밀어붙여서 이대로 살맛나는 실명(實名)세상이 올지 저간의 환호성이 아련한 곁에서 .. 꽃시 사랑 200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