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 풀이 난다
대전광역시 동구와 충청북도 옥천군에 걸쳐 있는 산이 있습니다. 탄현(炭峴)이라고도 불리는 식장산(食藏山 598m)입니다. 식장산(食藏山)은 삼국시대의 국경 요충지였으며 백제의 한 장군이 군사들의 군량미를 저장하고 싸움을 하였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는 전설과 함께 옛날에 전우치가 3년 동안 먹고도 남을 만한 보물을 이곳에 묻어 놓아서 이름 붙여졌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식장산(食藏山)은 자락이 넓고 물이 좋아서 옛날부터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땅이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식(食)이 들어간 산이름도 이곳이 유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효자의 전설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 식장산 아래 젊은 내외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서너 살 먹은 아들이 있고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효자 효부였습니다. 그런데 딱하게도 어느 핸가 지독한 가뭄이 들어 흉년이 지고 말았습니다. 젊은 내외는 자기들은 굶으면서도 어머니만은 꼭꼭 밥과 고기반찬으로 끼니를 갖추어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의 일입니다. 가만히 보니 늙으신 어머니는 당신에게 차려드린 밥을 몰래 어린 손자에게 먹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는 식사를 한 척 시치미를 떼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효자 효부인 젊은 내외는 마침내 서로 상의를 했습니다.
"여보, 저 애만 없으면 어머니께서 굶지 않을 텐데 저애가 문제구려."
'우리 저 애를 없앱시다. 애는 또 낳을 수 있지만 어머님은 단 한 분 뿐이잖아요."
젊은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 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묻을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팠을까? 괭이삽에 달그락하고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게 뭘까?" 하고 꺼내 보니 다름 아닌 식기였습니다.
"깨끗하게 씻으면 집에서 쓸 수 있겠군."
남편은 이렇게 마음먹고 거기에 담긴 흙은 쏟았습니다. 그런데 식기에는 어느 새 또 흙이 가득 차는 게 아니겠습니까? 다시 쏟으니 이내 다시 흙으로 가득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을 거듭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거, 예사 식기가 아니로구나. 흙 대신 살을 담아 보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아들을 묻는 일을 다음으로 미루고 그 식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식기에다 흙 대신 쌀을 바꿔 넣고는 부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럴 수가! 삽시간에 식기에 쌀이 가득 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쌀을 부으니 다시 가득 차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식기를 앞에 놓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아마 우리 어머님을 부양하라고 하늘이 내리신 그릇 같소."
그날 이후 젊은 부부는 끼니때마다 그 식기에서 쌀을 얻어서 늙으신 어머니를 정성껏 모셨습니다. 그들은 그것으로 욕심을 내어 쌀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겠지만 추호도 그런 욕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오직 어머니를 봉양하고 자기 식구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얻어서 끼니를 채웠습니다. 그러다가 훗날 늙으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젊은 부부는 다시 상의를 했습니다.
"여보, 이 그릇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이 그릇은 어머니를 봉양하라고 하늘이 내리신 그릇이오. 그런데 이제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으니 산속에 도로 돌려보내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소.: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우리 어서 산에 갖다가 도로 묻읍시다."
그래서 그 식기를 산에 도로 묻으니 그 뒤로는 비가 알맞게 오고 곡식도 잘 되어서 젊은 부부는 차츰 잘 살게 되어 마침내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 그 산의 이름을 식장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효도란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효도는 모든 선(善)의 으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도의 길은 참으로 멀고 어렵습니다. 장자(莊子)가 말했습니다.
"존경으로써 효도하기는 쉽고, 사랑으로써 효도하기는 어렵다. 사랑으로써 효도하기는 쉬워도 부모를 잊기는 어렵다. 부모를 잊기는 쉬워도 부모 때문에 나를 잊기는 어렵다."
식장산(食藏山)은 쌀을 담는 식기를 감추었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산으로 그 지방 사람들 사이에 전설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식장산에는 지금도 그 그릇이 묻셔 있을 터인데 다음에 차지할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요?<꽃사진: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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