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낚시질은 하되 투망질은 하지 마세요(釣而不網)

박남량 narciso 2016. 7. 8. 12:23


낚시질은 하되 투망질은 하지 마세요(釣而不網)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할 줄 알고 조금 모자란 것에 만족하는 삶이 좋습니다. 법구경에도 만족은 어떤 경우에나 즐겁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을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조 때 관리들의 녹봉을 맡아보는 관청인 태창(太倉) 옆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장사를 하지도 않았고 농사를 짓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날이 저물 무렵에 길을 나갔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돌아오곤 하였는데, 언제나 쌀 다섯 되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가족들이 어디서 생긴 쌀이냐고 물어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집 식구들은 이런 식으로 수십년 동안 넉넉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집의 곳간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병으로 앓아 눕게 되었습니다. 병세가 점점 더 위독해지자 그는 은밀히 아들을 불러 놓고 말하였습니다.

"태창의 몇 번째 기둥을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만한 구멍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작은 구멍에 막대기를 넣고 후비면 쌀이 조금씩 흘러나올 것이다. 그 쌀을 하루에 꼭 다섯 되씩만 가져오고 그 이상은 절대 손대지 말아라."

그리고 며칠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일러준 대로 하여 예전과 같이 넉넉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들은 구멍을 조금 더 크게 뚫고 하루에 서너 말씩을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욕심이 생긴 아들은 구멍을 더 넓혔습니다. 그러다가 쌀이 없어지는 것을 알게 된 창고지기에게 발각되어 결국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도둑질은 본래 나쁜 일이지만 그래도 만족할 줄 알았담면 그 아버지의 경우처럼 화는 면하고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당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됩니다. 조선 중기의 시인인 권필(權鞸 1569 - 1612)의 시문집인 석주집(石洲集)에 실린 글입니다.

욕심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욕심 그 자체를 없애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그것을 조절하는 절제의 미덕을 갖춘 욕심은 때로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수를 모르는 탐욕은 여러 가지 뒷탈을 부릅니다.

우리들 삶에 숙제는 무엇일까요? 자신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을 아는 것이 곧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만족이 곧 행복입니다. <꽃사진: 나무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