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만 향기가 없는 모란꽃
중국에서는 모란을
꽃중의 왕이라는 화중왕
또는 부귀를 가져다 준다는
부귀화라고 해서 좋아들 합니다.
보기에 매우 소담스럽고
풍요로운 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삼국유사에 모란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신라의 27대 왕은 선덕여왕입니다.
여왕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습니다.
어느 날
중국 당나라 태종이
그림과 씨앗을 보내왔습니다.
그림은 붉은 빛, 자주빛, 흰빛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이었고
씨앗은 모란의 씨였습니다.
선덕여왕이 말했습니다.
이 꽃은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다.
씨를 뜰에 심어 보도록 하라.
씨를 뿌린 곳에서는 봄에 싹이 돋아
5월에 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꽃이 피었다가 질 때까지
조사를 해 보니
여왕의 말처럼 향기가 없었습니다.
신하들이 탄복하여 물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아라.
꽃은 피었으나 나비가 없지 않느냐.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향기가 없는 꽃이라는 뜻이니라.
이는 당나라 임금이 내가 남편이 없음을
비웃는 뜻일것이니라.
모란의 꽃말은 성실과 부귀입니다.
그래서 옛날 처녀들은 시집갈 때 모란꽃 수를
놓아서 액자에 담아 신방에 걸어 두었습니다.
화려한 꽃 모양이 아름다워서라기 보다는
꽃말과 같은 생활을 희망해서였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고 있는 작품으로
모란을 소재로 하여 아름다운 세계를 그린
김영랑 시인의 유명한 시를 옮겨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져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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