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이나 비난도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자기 수용(Self acceptance)이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마음을 품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장점과 함께 부족한 부분도 소중하게 여깁니다. 먼저 자신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판단을 인정하고 그 판단과 기준을 바꾸는 것입니다. 자기의 외적인 성취나 다른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자신의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는가에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벽오(碧梧) 이시발(李時發 1569-1626)의 벽오유고(碧娛遺稿)에 실린 글입니다.
내 문하에 장생(張生)이란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나를 찾아와서 두려운 듯이 물었습니다.
"저는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남들이 싫어하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마을에서 모두 칭찬하였습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만이 유별나게 적을 헐뜯고 미워하므로 자꾸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 말을 듣고 내가 그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자네는 어찌하여 그를 원망하는가? 그는 자네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일세. 자네가 보기에는 스스로 몸가짐을 잘 하고 도리를 다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할 수도 있네. 자네가 과연 집에서는 효도하고 나와서는 공경하며 거처할 때는 삼갔으며,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도리를 다하지 못함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노인을 노인답게 대접하고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대하였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이런 일들을 극진히 하였다면 할 말이 없네.
관숙과 채숙은 주공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손숙씨는 공자를 헐뜯었으며 장씨의 아들은 맹자를 비방하였고 포란은 굴원을 참소하였고 정자와 주자는 당론을 몰려 위학(爲學)이라고 금지를 당하였네. 저 성현들도 헐뜯는 자가 있음을 면치 못하였으니, 이 세상에 나서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자신을 헐뜯는 자가 없기를 바랄 수는 없네.
그러므로 군자가 처신하면서 돌보아야 할 것은 상대에게 달려 있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일세.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였는데도 헐뜯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저 몇 명 성인이나 군자를 헐뜯던 것처럼 성현과 군자의 덕과 재주는 여전하되 미워하고 질투하는 자가 대부분 제 분수를 모르는 것을 드러냄일세.
혹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헐뜯는 사람이 없다 할지라도 실제보다 지나친 명예나 입을 모아 칭찬하는 말이 날마다 들어온다면 스스로 반성하여 돌아봄에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자네를 헐뜯고 미워하는 것은 훗날의 자네를 사랑하고 칭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자네가 덕을 훌륭하게 이루는 데도 이미 많은 보탬을 주었을 것이니 어찌 이를 원망하겠는가?"
주변의 비난에는 지나치도록 예민하게 대응하고 칭찬에는 지나치게 우쭐대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아무리 조심해도 듣게 되는 남들의 험담이나 비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글입니다. 한번 칭찬을 들었다고 하여 너무 쉽게 우쭐내면 두 번째 칭찬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또 험담을 들었다고 하여 그렇게 말한 사람을 탓하기만 한다면 두 번째도 험담을 듣기가 쉽상입니다.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해서 자신에게 떳떳하라는 것입니다.
칭찬을 들을 때는 스스로를 경계하여야 합니다. 별로 잘 한 일도 없는데 칭찬이 있다면 그 칭찬이 과연 자신에게 합당한 칭찬인지 살피고 또 살필 일입니다. 험담을 들을 때는 겸손하여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자신도 모르게 자기를 내세웠던 적은 없는지 살피고 또 살필 일입니다. <두송반도 갈맷길에서 바라 본 가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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