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철에 끝이 다섯 쪽으로 째진 종 모양의 자주 빛이나 흰 빛의 꽃이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하나씩 피어나는 도라지
옛날 어느 마을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두 남매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오빠는 누이동생 도라지를 잘 아는 스님에게 맡기고는 중국으로 공부하러 길을 떠났다. 도라지는 눈물을 감추면서 오빠를 떠나 보냈지만 한번 떠난 오빠는 10년이 지나도 돌아올 줄을 몰랐다.
도라지는 매일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나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오빠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고 이상한 소문만 들려올 뿐이었다. 「도 라지오빠는 배를 타고 돌아오다가 풍랑을 만나 죽었다고 하는구나」 「 아니 그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하던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몰랐다.
어느 날 도라지는 그 동안 보살펴 준 스님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듯 합니다. 스님, 저는 산 속으로 들어가 약초나 캐면서 살겠습니다」 도라지는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면서도 오빠를 그리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무심한 세월은 도라지를 할머니가 되게 하였다. 도라지 할머니는 어느 날 문득 오빠가 몹시 그리웠다.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난 그 바닷가에 가 보면 금방이라도 오빠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었다. 도라지 할머니는 마침내 산에서 내려와서 오빠가 배를 타고 떠났던 바다가 내려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오빠를 그리는 마음이 가슴에 사무쳤다.
「 오빠,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세요.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요」 그 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라지야」 도라지 할머니는 부르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던지 숨이 탁 막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그리던 오빠를 볼 사이도 없이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듬 해 봄이 되자 그곳에서 처음 보는 풀이 돋아났다. 그리고 그 해 여름에 하얀 꽃이 피어났다. 이 꽃을 도라지 할머니의 넋이라 하여 도라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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