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한문소설 수삽석남(首揷石枏)에 그려진 남녀 간의 사랑

박남량 narciso 2017. 11. 6. 15:11

한문소설 수삽석남(首揷石枏)에 그려진 남녀 간의 사랑







신라(新羅) 최항(崔伉)의 자(字)는 석남(石枏)입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는데 부모가 반대를 해서 수 개월동안 만나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항(崔伉)이 갑자기 죽었습니다. 여드렛 날이 지난 뒤 한밤중에 최항(崔伉)은 첩의 집으로 갔습니다.

첩은 최항(崔伉)이 죽은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놀라고 기뻐서 안으로 맞이하였습니다. 최항(崔伉)의 머리에는 석남(石枏)을 꽂고 있었는데 그 가지를 나누어 첩에게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부모님이 당신과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하셨소. 그래서 왔다오."

이윽고 첩과 같이 돌아가 최항(崔伉)의 집에 이르렀습니다. 최항(崔伉)은 담을 넘어 집으로 들어갔는데 한밤이 새벽이 되도록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있는 사람이 나와서 첩을 보고서 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첩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주니, 집안 사람이 말하였습니다.

"최항이 죽은지 여드렛 날이 지났습니다. 오늘 장사를 지내려는데 무슨 그런 기이한 일에 대해 말을 하는 것입니까?"

첩이 말했습니다.

"낭군님께서 저에게 석남 가지 꽂은 것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것으로써 징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관을 열어서 최항(崔伉)을 보았는데 그의 머리에는 석남(石枏)이 꽂혀있었고 옷은 이슬에 젖어있으며 신발도 이미 허름해져있었습니다. 첩이 그가 죽은 줄 알고 통곡하며 따라 죽으려고 하려는 찰나에 최항(崔伉)이 다시 되살아나서 삼십 년 동안 해로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통일신라 후기에 박인량(朴寅亮 1024-1096)이 지은 한문설화집 <신라수이전(新羅殊異傳)>에 실려 있는 한문소설인 고려 시대의 설화 수삽석남(首揷石枏)에 나타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부모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최항(崔伉)이라는 청년의 영혼이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결국 되살아나 백년해로하였다는 내용입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 금지된 사랑을 나누었다는 내용의 문헌설화로 주인공 최항(崔伉)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점에서 재생설화(再生說話), 육체는 죽었지만 영혼이 살아남아 사랑을 나눈다는 점에서 혼교설화(魂交說話) 또는 시애설화(屍愛說話)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라수이전(新羅殊異傳)은 한국 최초의 설화집으로 책은 전해지고 있지 않으며 이 책에 실렸던 이야기 몇 편이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를 비롯한 아도전(阿道傳), 삼국유사(三國維史) 등에 흩어져 전하고 있습니다. 이 설화(說話)는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에 실려 있는 이야기로 당시의 민간 신앙적 영혼 불멸관과 자유연애적인 초월적 이상주의 그리고 죽은이의 원을 풀어줘야한다는 정신(伸寃觀)이 깔려있습니다. 석남(石枏)이란 나뭇가지를 꽂다라는 뜻입니다.
<사진: 통일신라시대 연화문원와당(蓮花文圓瓦當)>



新羅崔伉字石南. 有愛妾, 父母禁之, 不得見數月. 伉暴死, 經八日, 夜中伉往妾家. 妾不知其死也, 顚喜迎接, 伉首揷石枏, 枝分與妾曰: “父母許與汝同居, 故來耳.” 遂與妾還, 到其家, 伉踰垣而入, 夜將曉, 久無消息. 家人出見之, 問來由. 妾具說, 家人曰: “伉死八日, 今日欲葬, 何說怪事?” 妾曰: “良人與我, 分揷石枏枝, 可以此爲驗.” 於是, 開棺視之, 屍首揷石枏, 露濕衣裳, 履已穿矣. 妾知其死, 痛哭欲絶, 伉乃還蘇, 偕老三十年而終. <大東韻府群玉 卷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