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하느님의 자애로운 마음은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움직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9. 1. 22. 12:32


하느님의 자애로운 마음은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움직입니다



서양 어느 나라에 현명한 임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길에서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배고픔에 지친 모습에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임금은 수레에서 내려 그들에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신들은 달갑지 않게 여겼습니다.

궁으로 돌아와서 임금은 네 개의 궤짝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둘은 곱게 만들게 하고 또 황금으로 자물쇠를 만들게 하였으나 그 속은 값싼 물건과 더러운 것으로 채우게 하였습니다. 나머지 둘은 아주 소박하고 꾸밈없이 만들게 하였으나 그 속은 진귀한 물건으로 채우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신들을 불러서 네 개의 궤짝을 두고 어느 것이 더 값이 나가겠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모두 겉이 아름다운 것이 더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틀렸다고 하고는 아름다운 궤짝을 열게 하여 그 속에 있는 값싸고 더러운 것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것은 교만한 사람에 견줄 수 있으니, 그것은 그들의 겉에 나타난 빛은 곱고 아름다울지라도 그들의 속마음은 어그러져 있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들은 존중하더라도 하느님과 천사는 그들을 미워하며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겉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상자를 열게 하여 그 속의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것은 겸손한 사람에 견줄 수 있으니, 그것은 그들은 세상의 복을 가볍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겉에 드러나는 모습이 더럽고 여위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천하게 생각하더라도 속마음은 맑고 깨끗하며, 사람이 해야 할 바른 길을 넉넉히 행하였고 공훈이 많으므로 하느님과 천사는 그들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난 번 길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가 수레에서 내려 그들에게 인사를 한 것이 어찌 이상한 일이겠는가?"


예수회 신부 판토하(Pantoja.D)의 칠극(七克)에 실린 글입니다. 하느님의 지극히 자애로운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가운데 겸손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자애로운 마음은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움직이지만, 부유한 사람을 만나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교만한 사람들은 자신을 가득 찼다고 생각하여 거의 바라는 것이 없으므로 하느님은 그들을 버리며 함께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겸손한 사람들은 자신을 매우 부족하고 아무런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언제나 바라는 것이 있으므로 하느님은 그들을 가련하게 생각하여 많은 것을 줍니다.

그래서 성서에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카 1,53) 또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집회 3,20)는 말씀이 있습니다.<사진: 부산 통일아시아드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