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타인의 허물을 덮어주시면 영적으로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3. 1. 14:10


타인의 허물을 덮어주시면 영적으로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옛날 어느 지방의 사또가 관내 순찰에 나섰습니다. 한 곳을 지나다 보니 정자나무 아래 축대에 쭈글쭈글하게 늙은 할머니 한 분을 건장한 청년이 부축하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또가 의아해 주민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들은 이 골 안에 사는 백성이온데, 어미가 사또 행차가 지나가실 때 한 번 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근력이 저렇게 형편없이 되니 살아 생전에 한 번 원을 풀어 드린다고 이십 리 길을 업고 와서 사또를 보여 드리고 있는 길이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사또는 감격하여 노모를 업고 왔다는 청년을 불러 그 효심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뜻으로 짐 속에서 비단 두 필을 내어 상금으로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사또가 관내를 한 바뀌 돌고 난 후 아까 그 정자나무 밑에 당도해 보니, 이번에도 꼬부랑 할머니를 한 건장한 청년이 부축하고 서 있었습니다.

사또는 신기한 생각이 들어 주민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이 고을에는 얼마나 효자가 많기에 똑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장면이 벌어진단 말인가?"

그러자 주민 대표는 고개를 옆으로 저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 놈은 먼저 효자의 옆집에 사는 놈으로 평소에 제 어미에게 몹시 못되게 굴어 동네에서도 불효자로 소눔 난 놈인데, 옆집 효자가 상을 탔다는 소문을 듣고는 자기도 상 타먹을 욕심으로 어미가 싫다는 것을 억지로 업고 와서 저렇게 앉혀 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주민 대표는 저런 놈은 볼기라도 단단히 때려 보내야 한다는 말투였습니다. 그러나 사또는 이번에도 먼젓번과 마찬가지로 앞에 울러 손도 만져주고 어깨도 토닥거려 주며 무수히 칭찬하고 아까와 똑같이 비단을 주어 돌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뒤의 일입니다. 사또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동네 모임에서도 그 불효자를 효자라고 하고 가장 윗자리에 앉히지를 않나 관청에서 오더라도 그에게 이렇게 인사를 청하며 깍듯이 효자로 떠받드는 것이었습니다.

"효자님, 안녕하십니까? 자당께서는 어느 방을 쓰십니까? 봉양하시기에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사방에서 이러는 데는 이 불효자도 사람인지라 양심의 가책을 아니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한 생각에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마침내는 옆집 진짜 효자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노모를 모시는 효자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누구나 크고 작은 허물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남의 허물을 보았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옳을까요? 잔꾀를 부리는 자에게 당장의 처벌을 가해 꾸짖어본들 그때 뿐이지 깊이 반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넉넉한 도랑으로 불효자를 진짜 효자로 변하게 한 사또의 지혜와 인정을 배울 만하지 않을까요. 한국전래소화(韓國傳來笑話)에서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허물을 보았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여야 하는지를 성경에서는 사랑하고 용서하고 허물을 드러내기 보다는 덮어주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잘못을 덮어 주는 이는 사랑을 키우고 그 일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구를 멀어지게 한다."(잠언 17,9)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14-15)
<꽃사진: 옥살리스(oxalis)사랑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