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자 꽃
글 / 정 규 화
치자나무는 자신이
치자나무인지
모르면서
영산홍
무리
속에서
가슴
조리고
있었다
키
큰 단풍나무에게 애원의
눈짓을
보내보지만 모르는 척
하기는
사람보다 더
쌀쌀했다
영산홍이 분홍색 꽃을 피운
지
여러
달이
지났는데
꽃을
피우지 못하는
치자나무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정원사가 치자나무의
키를
영산홍 높이에 맞춰 잘라 준
것밖에는
누구의 도움이
없었다
사는 재미없이 칠월 중순에
접어들더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꽃이 다 져 버린
영산홍이
부러운
듯
쳐다봤지만
치자나무는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이 당한
설움이
너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모처럼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치자나무의 잎새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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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하고 맑은 향기 치자꽃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