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달 래 꽃
글 / 이 몽 희
내게 있어 태양은
뜨거운 소망이 아니라
숨어서 간직한 사모의 표적입니다
눈과 북풍의 길을 헤치고 와서
아직은 여린 바람에 놀라 피어났기에
나의 체온은 그렇게 뜨거울 수만은 없어
핏줄 속에는 끈적한 이 땅 사람의
눈물도 섞여 흐름이 옳습니다
두견새 꽃잎에 점점이 피 뿌리며 울었다는 옛날
이 땅의 가난한 어미 딸들 마주 안고
주림과 이별에 울던 그 이야기가
아직도 선연한 자국으로 꽃잎에 남아 있어
만개한 꽃송이를 떠받들기에 겨운 나의 모가지는
가는 바람에도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값없는 꽃이라 하여
나를 외면하고 가지 마셔요
내가 거두어 준 이 겨레의 눈물이 얼마인 줄은
저 무심한 멧새들도 알고 있지요
아직도 말라 있는 풀잎들을 깨우며
이 산천에 봄을 부르노라 떨고 있는 나를
손짓하여 오라, 오라 하고
눈물 많은 이 땅의 소녀들은
저렇게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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