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중국에서 연말연시 붉은색으로 치장하고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를 아세요

박남량 narciso 2016. 11. 30. 14:18


중국에서 연말연시 붉은색으로 치장하고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를 아세요



옛날 옛적 중국에 괴물 같은 무서운 짐승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눈은 왕방울만 하고 머리에는 뿔이 달렸는데 바람처럼 빠르고 울음을 울  땐 '니앤(年)'하는 소리를 내면서 울기 때문에 연수(年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연수(年獸)는 주로 사람을 잡아먹었는데 한 번에 사람 수십 명씩을 삼킬 수가 있어 그놈에게 잡아먹힌 사람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워 가히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짐승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아무리 고심을 해도 제압할 방법이 없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었습니다.

연수(年獸)란 놈은 보통 때는 깊은 숲속에서 살고 있다가 매 365일마다 날이 어두울 때 사람들이 사는 곳에 출현하여 가축들을 잡아먹고 사람들을 해치고는 닭이 우는 새벽이 되면 산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하룻밤을 관살(關煞)로 생각하여 연관(年關)이라 하였습니다. 관살(關煞)이란 옛날 점성술가들이 일컫는 바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재난을 말하며 연관(年關)이란 일년 중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재난의 하루라는 뜻입니다.

그해에도 연수(年獸)가 산에서 내려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이 연관(年關)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날을 무사히 지낼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 사람들은 대문을 꼭꼭 걸어 잠군 뒤 집안에 숨어서 연야반(年夜飯)이라고 부르는 제야음식(除夜飮食)을 먹었습니다.

해가 지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촌락으로 연수(年獸)란 놈이 뛰쳐나와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에는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연수(年獸)는 마을 안을 밤새도록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수탉이 울고 연수(年獸)는 허기진 몸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연관(年關)을 무사히 넘기게 된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한동안 편안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연수(年獸)에 대한 경각심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연수(年獸)가 강남(江南)에 출현하여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그때 불행 중 다행으로 붉은 천으로 휘장을 두르고 붉은 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던 신혼 부부와 몇몇 아이들이 화를 모면하였습니다. 살아 남은 몇몇 아이들은 그 당시에 마당에서 대나무에 불을 붙여 불빛이 반짝반짝하는 모습을 보거나 대나무가 타면서 내는 '펑' '펑' 소리를 들으며 놀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이곳에 나타난 연수(年獸)는 타오르는 불빛과 요란한 폭죽 소리에 놀라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연수(年獸)가 붉은 색을 무서워하고, 불빛과 폭죽 소리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듬해 연말연시(年末年始)부터 사람들은 집집마다 붉은색으로 된 종이를 붙이고, 붉은색으로 된 두루마기를 입고, 붉은색으로 등(燈)을 달고, 징과 북을 치고, 폭죽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이 습속(習俗)은 후세에 전해져 중국 사람들 사이에 가장 성대한 전통 명절인 설의 습속(習俗)으로 이어졌습니다.<사진: 연수(年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