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5. 10. 21. 11:33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내일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이 다음 순간을 누가 알겠습니까? 순간순간을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매 순간을 자기 영혼을 가꾸는 일에 자기 영혼을 맑히는 일에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늙어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죽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닙니다. 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집니다. 최인호 작가의 '산중일기' 중에서 '17세 어느 수녀의 기도'라는 글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 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 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 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제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제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 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 받고 싶은 마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십사고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제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저도 가끔은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 주소서.

저는 성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재능을 주소서.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삶에 인정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회자정리(會者定離), 원증회고(怨憎會苦)입니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기에 후회없는 삶을 살 것이며  만나면 헤어짐이 세상사의 법칙이니 마음을 새털같이 가볍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미운 사람, 피하고 싶은 것들은 반드시 만나게 되니 마음을 비우고 베풀며 살라는 의미입니다.

한 노인이 산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이 노인의 하얀 머리카락 위로 타듯이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그때마다 노인은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을 하얀 모시 소매로 쓱 훔치고는 계속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구수한 노랫가락을 옮조릴 때마다 참나무로 만든 반들반들한 지팡이를 박자 삼아 두들겼습니다. 목을 쭉 뺀 나리꽃들이 노인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참 이상하다. 저 노인은 이제 인생 다 살았는데 뭐가 저렇게 즐거운 것일까?』

노인의 노랫소리는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메아리를 타고 옮겨 다니며 지루한 여름 한나절을 식혀 주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노인이 놀라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인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길을 재촉하려고 하였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에요』

『예쁜 나리꽃이로구나. 왜 날 불렀니?』

나리꽃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노인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자신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시들어 버려야 한다는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째서 할아버지는 마냥 행복해 보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은 하늘을 잠시 올려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아마 나도 얼마 있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나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나의 현재를 망칠순 없지 않겠니?』

『늙는 것을 재촉하는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두려움, 노여움, 아이, 악처이다.』 탈무드에 실린 말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고 나이가 든 만큼 살아온 날들이 남보다 많고 더 오랜 경륜을 쌓아왔기에,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포용함으로써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 지를 보여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마음의 향기와 인품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