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시야가 확 트인다는 고사성어 돈개모색(頓開茅塞)
유비가 죽은 후 제갈량은 계속해서 오나라와 연합해 위나라를 토벌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는 호부상서 등지(鄧芝)를 사신으로 동오(東吳)에 보냈고 손권 역시 중랑장 장온(張溫)을 성도에 보내 답방했다. 장온(張溫)이 임무를 완성하고 귀국하기 전 촉(蜀)의 후주 유선은 성남의 우정에서 그의 송별연을 열었다.
공명이 막 장온(張溫)에게 술을 권하려는데 별안간 한 사람이 술자리로 들어섰다. 그는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들어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만 한 번 꾸벅하더니 바로 술자리에 끼어들었다. 그의 태도가 탐탁지 않았던 장온(張溫)이 공명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성은 진(秦)이고 이름은 밀(密)이라고 합니다. 지금 익주에 학사로 있습니다."
장온(張溫)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르기는 학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많은 학문을 배웠는지는 모르겠군요."
그러자 진밀(秦密)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우리 촉(蜀)에는 키가 3척인 어린 아이도 학문이 있는데 나라고 없겠소."
진밀(秦密)의 말에 장온(張溫)이 물었다.
"그럼 선생께서 배운 학문이 어떤 학문인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진밀(秦密)이 대답했다.
"위로는 천문이요 아래로는 지리, 삼교(三敎)와 구류(九流),, 제자백가에 대해 정통합니다. 또 성현의 경전은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장온이 말했다.
"상당히 자신만만해 하시는데 그럼 제가 하늘에 관해 문제를 몇 개 내보겠습니다. 하늘에는 머리가 있습니까?"
진밀이 있다고 즉각 대답하자 장온이 물었다.
"그럼 머리가 어느 쪽에 있습니까?"
"서쪽입니다. 시경에서 말하길 乃眷西顧(내권서고) 다시 말해 앙모(仰慕)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본다고 했으니 이것으로 미뤄 보아 하늘의 머리는 서쪽에 있습니다."
장온은 반박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하자 얼른 다른 문제를 냈다.
"그럼 하늘에는 귀가 있습니까?"
"하늘은 비록 아주 높기는 하지만 지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시경에서는 鶴鳴九皐(학명구고) 聲聞于天(성문우천)이라 하여 학이 깊은 늪에서 우는 소리도 하늘은 능히 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귀가 없다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장온은 또다시 물었다.
"하늘에는 다리가 있습니까?"
"있지요. 시경에 天步艱難(천보간난) 즉 하늘이 걷기가 힘들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리가 없으면 하늘이 걷는다는 마이 어떻게 나올 수 있겠습니까?"
이에 장온이 다시 물었다.
"하늘에는 성이 있습니까?"
"왜 성이 없겠습니까. 하늘의 성은 유씨입니다."
그러자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느냐고 장온이 물었다. 이에 진밀이 대답했다.
"하늘의 아들인 천자의 성이 유씨이니 하늘은 당연히 유씨이지요."
이 말을 듣고 장온이 반박하며 말했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지 않습니까?"
천자를 태양에 동오(東吳)를 동쪽에 비유한 말을 듣고 진밀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하지만 태양은 서쪽으로 갑니다."
서쪽은 촉(蜀)을 가리키는 말이다. 진밀의 막힘없는 대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크게 감탄했고 장온 역시 탄복하며 말했다.
"촉에 이런 영웅호걸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 하신 말씀으로 頓開茅塞(돈개모색) 저의 좁은 시야기 확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삼국지(三國志)의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돈개모색(頓開茅塞)이다.
돈개모색(頓開茅塞)이란 좁은 시야가 확 트이다라는 뜻으로 막혔던 길이 터지듯 문득 깨치다 또는 갑자기 알게 되다라는 말이다. 모색(茅塞)은 우둔함 또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꽃사진:렉스베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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