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전례가 없던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고사성어 파천황(破天荒)

박남량 narciso 2018. 6. 28. 17:57

전례가 없던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고사성어 파천황(破天荒)



중국 당(唐)나라 때 형주(荊州)에서는 매년 관리등용시험에 응시자는 있었으나 합격자가 없어 사람들은 형주를 천황(天荒)의 땅이라고 불렀다. 어느날 '유세'라는 이가 처음으로 합격하였다. 사람들은 천황(天荒)을 깬 자가 나왔다며 '유세'에게 파천황(破天荒)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크게 기뻐했다.

당나라 때 과거의 주류는 시부(詩賦)의 창작 능력을 주로 한 학력검정시험인 진사과(進士科)였다. 시험자격은 각 지방에 설치한 국립학교의 성적이 우수한 자와 지방장관이 시행하는 선발시험에 합격하여 장관이 중앙에 추천하는 자의 두 종류가 있었다. 후자의 선발시험 합격자를 '해(解)'라고 불렀는데, 모든 일에 통달해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송(宋)나라의 손광헌(孫光憲)이 지은 당(唐) 말 오대의 사회풍속과 문인들의 일화를 모은 책 '북몽쇄언(北夢鎖言)'의 고사에 파천황(破天荒)이라는 말이 언급되어 있다.

"당나라의 형주는 의관들이 모이는 곳이니 해마다 사람들을 천거하여 해(解)로 보내도 이름을 많이 이루지 못한다. 이름하여 말하기를 '천황해(天荒解)'라고 한다. 시종(侍從)이 된 '유세'가 형주의 '해(解)'로서 급제했다. 그래서 '파천황破天荒)'이라고 불렀다."

당나라 때 형주는 학문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해마다 지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중앙에 보냈지만, 급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형주는 '천황해(天荒解)'라는 치욕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형주의 지방 시험에 합격한 '유세'란 문사가 처음으로 중앙시험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천황의 굴레를 깨뜨린 최초의 사건이기에 이를 '파천황(破天荒)'이라 일컫게 되었다.

'유세'의 과거급제가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느냐 하면, 당시 형남군절도사(荊南軍節度使)가 '파천황전(破天荒錢)'이라 하여 상금 70만전을 보내 축하했다는 사실로 그 당시 사회에서 과거 급제의 의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북몽쇄언(北夢鎖言)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파천황(破天荒)이다.

파천황(破天荒)이란 천지개벽 전의 혼돈된 상태인 천황(天荒)을 깨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인재가 없었던 땅에 처음 인재가 나거나 지금껏 아무도 생각한 적이 없는 놀랄 만한 일을 해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아무도 못했던 일을 처음으로 성취함,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성취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또 썩 드문 성씨의 가문(僻姓) 또는 양반 없는 시골(無班鄕)에서 인재가 나와 원래의 미천한 상태를 벗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이 말은 전대미문(前代未聞), 전인미답(前人未踏), 미증유(未曾有)의 뜻으로 사용된다. <꽃사진: 안시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