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초
글 / 이 병 구
스산한 바람만 쫒겨와서 드러눕는 빈터에
잊혀진 얼굴로 꼭꼭 숨어서
가녀린 어깨 서로서로 껴안고
잔뿌리로 뻗어가는 소박한 꿈을
누구에게 무심히 뽑혀갈지라도
살아 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비비며 살아가다
눈물로 키워 온 풀씨를
바람 속에 몰래 날려 보내며
풀벌레 모여사는 고향 찾아 가거라
서러운 드난살이 눈물 훔치며
가을 햇볕에 무명으로 쓰러져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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