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인생의 기쁨과 변화를 한껏 체험하십시오

박남량 narciso 2015. 12. 11. 15:25


인생의 기쁨과 변화를 한껏 체험하십시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시련을 겪기 마련이고, 누구에게든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불행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전혀 아프지 않고,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다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러면 우리가 인생의 기쁨과 변화를 한껏 체험할 수 있을까요? 네마트 켈럼베토프의 <희망을 잃고 싶지 않소>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겐 아들이 단 하나 있었습니다. 왕은 어린아이가 인생에서 나쁜 것을 알지 못하고, 병자와 빈민들, 헐벗고 노쇠한 노인네들을 보지 않고, 죽은 자와 죽은 자를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왕은 아들을 멀리 벽지로 보내 산 속의 동굴에서 살게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린 왕자는 젊은이가 되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보고 사람들의 생활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충직한 하인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멀리 꽃이 만개한 계곡을 따라 사람들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즐거워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때 맞은편에서 갑자기 헐벗은 노인이 나타났습니다.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듯 허리가 몹시 굽어 있었습니다. 머리는 온통 새하얗고 몸과 손은 덜덜 떨고 있었고, 눈을 곪아 있었으며, 이빨은 오래전에 빠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를 쳐다보기도 무서웠습니다.

지금껏 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던 왕자는 하인에게 물었습니다.
『이 사람을 이렇게 처참한 지경에 이르게 한 사람이 누구냐?』

하인이 대답했습니다.
『늙음입니다. 늙는 것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시간이 오면 왕자님도 늙게 되고, 그러면 이여행자처럼 될 것입니다. 이 사람도 젊었을 때는 늙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게젊음이란 필요 없다!』왕자가 소리쳤습니다.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릴지를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삶을 즐기고, 놀고, 기뻐하며 노래하겠는가?』
이 말을 하고 왕자는 자기 동굴로 돌아가 숨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참 생각을 한 왕자는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병자를 맞닥뜨렸습니다. 그는 겨우 걷고 있었습니다. 입술은 떨리고 있었고, 튀어나온 눈은 아무렇게나 돌아가 있었습니다. 병자를 본 적이 없는 왕자가 소리쳤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냐?』

그리고는 왕자도 아플 수 있다는 말을 하인에게서 듣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오늘 생기 넘치고 건강한 우리 모두가 내일은 허약해진다는 말이구나. 그런 건강은 차라리 꺼져 버리라고 해! 날 기다리는 게 무언지 알면서 어떻게 젊음을 계속할 수 있겠어?』
이 말을 하고서 왕자는 동굴로 돌아갔습니다.

왕자가 세 번째 동굴에서 나왔을 때 다시 한 번 무서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맞은편에서 떼를 지어 통곡을 하며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양팔을 굽혀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얼굴을 할퀴었습니다. 그들은 긴 들것에 포대기로 덮은 것을 하나 들고 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언가?』 왕자가 하인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죽은 사람입니다. 시체란 말입니다.』 하인이 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체란 무언가?』
『이 사람에게는 더 이상 영혼이 없습니다.』
왕자는 들것에 다가가 죽은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제 이 사람을 어떻게 할거요.』
『땅에 바치고 장사 지낼 겁니다.』
『왜?』
『왜냐하면 이 사람은 더 이상 산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럼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예!』
왕자는 심하게 낙답하였습니다.
『아니야, 난 더 이상 인생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
이 말과 함께 그는 동굴로 돌아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죽음도 있는 법입니다. 이러한 진리를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어서 고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삶은 죽음보다 더 강한 법입니다. 왜냐하면 삶은 집요하게 뒤따라오는 것을 우리가 잊게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평화로운 때만이 아니라 전쟁터나 불 속에서도 죽음을 잊고 사는 법입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공포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인생의 참된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