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성흥영 시집 종소리에 들다

박남량 narciso 2015. 12. 16. 08:38






시집 종소리에 들다 / 성흥영 / 해암 / 2015



시(詩)는 시인의 절규이며, 시인의 꿈이며, 시인의 몸부림이며 미소입니다. 시인 자신을 향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성흥영(成興永) 시인의 시에서 풍기는 취향이 불성(佛性)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오래전부터 법화경의 마지막 귀착점인 사랑 참된 사랑을 실천하여 왔기에 시인의 글에서 오직 한곳 즉 불타를 항해 열려 있음을 읽는다.

【종소리에 들다】

태풍이 오던 날 태양 따라 도는
종소리는 인간의 순례다
은산철벽을 넘어 에밀레종 같은
울림을 가진 소리는 무덤을 가지고 있다
눈물이 나면 모래의 고독, 먼지의 허공과 함께
노숙할 자리를 미리 써 놓고 가야 하는
혈흔(血痕)의 산야(山野)에 황사가 깨어 있었다

푸른노트 속 책갈피에 자욱하게 내리 꽃힌 어둠을
꺼내 읽고 또 읽는 적멸의 밤
참으로 소중한 것은
계곡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내가 아닌 나를 던져 버리는 일이다
파도와 바다가 그랬듯이 둘이 아닌
하나로 피울 흰 꽃이 나의 순례길이다

어느 산기슭에서 앞서 걸어간 이의 흔적을 좇아
태풍을 건너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핑크색 종소리, 어밀래(語密來)라 어밀래(語密來)라


헤르만 헷세는 '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인이 주는 올바른 영향이란 어떤 소수의 독자가 시인의 책을 잠시 사랑하다가 곧 그것을 던져 버리지만 그러나 그들의 생활은 그로 인해 어떤 변화, 강화, 정화를 경험하리라는 것이다.』

시집은 1부 풍경 외 17편, 2부 알게 되지, 봄날은 가는 걸 외 15편, 3부 여자가 화장을 고치는 이유 외17편 4부 옛 서라벌로 돌아가리라 외 17편이 실려 있으며 5부에는 원효순례, 대승의 본질, 기신의 의미와 삼대, 인연법과 일심법, 대승을 향한 발심과 수행,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과 삼세육추, 원초의 마음, 더불어 한 길, 중도는 묘계환중이다라는 원효학 개론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