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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돈의 순교와 불교
참수할 때 목 가운데서
흰 젖이 한길이나 솟구치니
이때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땅이 뒤흔들렸다.
사람과 만물이 슬피 울고
동물과 식물이 동요하였다.
길에서 곡소리가 이어졌고
우물과 방앗간에서 인적이 끊겼다.
법흥왕 14년(527)
이차돈이 순교할 때의 장면을
극적으로 묘사해 놓은 글이다.
이 글은 헌덕왕 9년(817)에 세운
이차돈 순교비에 새겨진 글이다.
신라의 승려 이차돈.
한국 불교사상 최초의 순교자
염촉, 염도, 거차돈, 처도라고도 하는데
성은 박씨로 왕족의 후손으로
법흥왕의 근신으로 내사사인이었다.
신라에 불교 포교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눌지왕 때이다.
눌지왕 때 고구려 중 묵호자가
지금의 선산에 들어와서는
그 고을 사람 모례라는 자의 집 뒷뜰에
굴방을 만들어 그곳에 숨어 지내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무렵 중국에서 사신이 와서는
옷감과 향을 눌지왕에게 전했다.
왕은 향이 무엇인지 몰라 신하들에게
물었으나 아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나라안을 돌아다니며 묻게 되었는데
숨어지내던 묵호자가 임금 앞에 나가
「 그것은 향으로 태우면 향기가 진동합니다.
이것을 불에 태워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영검이 나타날 것입니다」
하며 설명하니
마침 눌지왕의 딸이
병에 시달리고 있을 때이므로
왕은 묵호자로 하여금 향을 사르고
공주의 병이 낫도록 빌게 하였다.
공주의 병이 나았다.
왕은 기뻐하며 예물을 내리니
묵호자는 그 예물을
숨어지내던 주인 모례에게 주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는데 그 뒤로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몇 해 뒤 법흥왕 때
아도라는 스님이 고구려에서 와서는
역시 모례의 집에 숨어 불교를 전했다.
그의 생김이 묵호자와 비슷하였다.
법흥왕은 불교를 바람직한 종교로 여겼으나
신하들의 반대가 드세었다.
왕족과 지배층들은 토착신앙을 받들고 있었고
그 토착신앙은 그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심지어 토착신앙의식으로 국가제사를 받들었고
이를 지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이차돈이 임금 앞에 아뢰었다.
「 신의 목을 베어 불교를 마다하는
많은 신하들에게 경종이 되게 하소서」
왕은 살생으로 진리를 일으키라 하니
그것은 불도가 아니다 하면서 반대하였다.
왕은 신하들에게 불교라는 신앙을
이 땅에서 일으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신하들은 불교가 떳떳한 종교가 아니라면서
중한 죄에 처해진다 하더라도
불교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반대하였다.
「 여러 신하들의 말은 잘못입니다.
불교는 뜻이 매우 깊은 종교입니다」
이차돈이 앞으로 나가 아뢰니
법흥왕은 짜증을 내며
「 여러 사람이 반대를 하고 그대 혼자
찬성하니 그대에게 죄를 내리겠노라」
하면서 호령을 하고 형장으로 보냈다.
이차돈은 형장으로 끌려가며 말했다.
「 나는 불도를 지키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를 알기 때문에
내 죽음에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을 터이니
눈여겨 보십시오」
망나니가 참수를 하니 피가 솟는데
그 빛깔이 붉지 않고 마치 젖과 같이 희었다.
여러 신하들은 이를 이상히 여겨
그 뒤로는 불교를 헐뜯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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