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외교가이자 장군 서희 와 강동 6 주
고려는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기 위하여 북쪽으로 나라의 힘을 펴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거란족과 충돌하게 되었다.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은 고려보다 앞서 압록강 건너의 만주 지방에 요나라를 세우고 세력을 넓히다가 고려의 북진정책과 맞붙게 되었다. 요나라가 압록강을 건너 고려 국경을 넘어섰다. 요나라 장수 소손녕은 계속 밀물처럼 밀고 내려왔다. 고려 임금 성종은 서희를 선봉장으로 뽑고 이몽전이란 신하를 적 진영으로 보내 요나라를 달래기 위해 요구 조건을 물었다. 적장 소손녕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 고려가 차지한 자비령 북쪽 땅을 내놓으시오」 이몽전이 돌아와 들은 대로 고하니 요나라의 기세에 겁을 먹은 신하들은 그 땅을 내어주고 그 땅에 있는 곡식을 군량미에 쓰지 못하게 대동강에 버리자고 하였다.
이 말에 서희가 반대를 하며 식량이 넉넉하면 능히 성을 지킬 수 있다고 하면서 맞서 싸우자고 하니 대항하여 싸우기로 하였다.
열흘이나 전투가 계속되었지만 자비령에 있는 안융성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요나라의 장수 소손녕은 속으로 조바심이 났다. 식량마저 떨어져 여간 초조한 것이 아니었다. 이를 눈치 챈 서희가 임금에게 아뢰길 「 제가 저들을 말로 다루어 보겠습니다.」 임금은 전쟁보다 외교담판이 바람직하다면서 서희의 의견에 기뻐하며 찬성을 하였다.
서희는 혼자 적장 소손녕을 만나 요나라가 고려 땅 자비령 북쪽을 내 놓으라는데 까닭을 물었다. 「 요나라가 고구려 옛 땅에서 일어났으므로 고구려 영토였던 자비령은 마땅히 우리차지니까 그렇소」라고 소손녕이 말하자 서희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 고구려 후손이라면 그건 마땅히 우리 고려요. 무엇보다도 나라 이름이 그렇지 않소. 또 어디 그뿐이겠소. 입은 옷이 같으며 먹는 음식이 같으며 하는 말이 같지 않소.」 소손녕이 말을 못하고 듣고만 있자 서희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 우리 서로 적국이 아닌 친구의 나라로 지냅시다」 고려와 요나라간의 외교관계를 청한 것이다. 소손녕은 귀가 솔깃하여 임금에게 여쭈어 보겠다하고 매일 잔치를 베풀어 서희를 깍듯이 대접하였다. 이윽고 요나라 본토에서 군사를 거두어 돌아오라는 전갈이 왔다. 이로써 고려는 조리에 맞는 서희의 말 한마디로 요나라의 군사를 물리쳤다. 멋진 외교 담판이었다. 그후 서희는 압록강 방면에 여섯 개의 성을 쌓았다. 그것이 바로 강동 6 주의 성이다. 서희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성종은 몸소 의원을 데리고 신하의 병문안을 갔다. 임금으로부터 이렇게 대우를 받은 신하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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