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역사 이야기 - 국내성과 돼지치기 설지

박남량 narciso 2007. 2. 16. 10:37

 

 


국내성과 돼지치기 설지


         고구려 도읍을 옮기게 된 사연이다.
         유리왕 때 궁중에는 나라 잔치 때 쓰기 위해
         돼지를 키우며 그 우리를 따로 두고 있었는데         
         이 돼지우리는 설지라는 사람이 관리하고 있었다.

         조용한 봄날 궁중에서 자그마한 소동이 벌어졌다.          
         그날도 설지는 돼지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우리로 갔는데 스무 마리나 되는 돼지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돼지가 우리를 부수고 어디론가 뛰쳐나갔던 것이다.

         유리왕은 설지를 불러 호령을 하니
         설지는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구한 다음
         반드시 달아난 돼지를 다 잡아들이겠다고
         닷새 정도의 시간을 달라고 울면서 호소했다.
         유리왕은 설지가 꾀는 얼마 없지만
         성격이 우직하여 한번 한다면 뿌리를 뽑고야
         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노여움을 풀고
         그에게 닷새 동안의 기회를 주었다.

         달아난 돼지를 찾아 나선 설지는
         약속한 대로 닷새째 되는 날에
         스무 마리의 돼지를 몰고 돌아왔다.
         유리왕은 설지에게 칭찬을 해 주고는
         어디서 찾아왔는지를 물었다.
         설지는 황송해 하면서 아뢰었다.
         「 들로 나가 풀을 뜯어 먹으며 놀 줄 알았는데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멀리
         나가 보기로 하고 찾아간 곳이 국내성이었습니다.          
         거기서 돼지들을 모두 되찾았습니다」

         유리왕은 아직 국내성까지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설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귀가 솔깃했다.         
         「 여기서 거기를 갔다오는 데 나흘이 걸렸으니
         이틀 걸려 갈 수 있는 곳이군.
         그곳이 내가 보기엔 어떻더냐? 아주 넓더냐?」
         설지는 하고 싶었던 말을 참았다는 듯
         신명이 나서 떠들어 댔다.
         「 처음 국내성 넓은 들판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에 이렇게 경치 좋고 기름진 땅이
         또 있단 말인가 하는 감동 때문에
         한동안 넑을 잃고 서 있었습니다.
         이곳 졸본땅은 거기에 견줄 수가 없을 정도로          
         아주 좋았습니다」
         설지가 침을 튀기며 자랑을 늘어놓자
         유리왕은 설지의 안내를 받아 몸소 국내성의
         광활한 들판을 보고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유리왕 22년 마침내 졸본 땅에서
         국내성으로 도읍을 옮겼다.
         달아난 돼지 스무 마리가 고구려 도읍을
         옮기게 한 셈이며 잃은 돼지를 꼭 찾겠다는
         설지의 집념 덕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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